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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칼럼] ‘파친코’와 ‘한류’

화제의 드라마 애플 TV의 ‘파친코’를 놓고 여기저기서 가열찬 한류 논쟁이 한창이다. ‘한국배우가 등장했어도 미국에서 제작한 것이니 엄연히 한류가 아니다’란 주장 그리고 반대로 ‘한국의 근대와 현대를 관통하는 서사와 한국배우가 등장하니 한류로 봐야 한다’는 두 가지 시각 말이다.
 
‘한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들의 근저에는 국뽕에 대한 혐오가 있다. 한국배우가 주연급으로 나오기라도 하면, 게다가 괜찮은 평가나 상이라도 타면 이를 한류라고 부르며 난리 블루스를 치는 이들의 행태가 너무나 자기도취적이고 맹목적이라 밉살스럽기 때문이다.
 
일리가 있다. 앞뒤 안 가리는 충성은 이른바 쇼뱅주의 chauvinism라 하여 다른 사회집단에 대한 배척과 적대적 태도를 기본적으로 가지는데다가 상당히 폐쇄적인 정서를 동반한다.
 
나는 한류를 GDP와 GNP에 빗대어 생각해봤다.
 
둘 다 국가에서 사용하는 경제지표다. GDP가 한 국가의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전체 시장 가치를 말한다면, GNP는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반영한다.
 
즉 경제의 해석을 ‘지리적 제한’에 한정시키되 외국인 혹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생산을 한 것까지 모두 고려하는 입장과 ‘지리적 제한’은 없지만 오직 그 나라 ‘국민’이 창출해낸 경제만을 고려하는 입장의 차이인 것이다.
'파친코' 중에서
그렇다면 ‘파친코’는 어디에 가까울까? 속성을 보자.
미국 돈으로 미국에서 제작했다는 사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원작은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도 선정된,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다. 영화 내용의 얼개는 일제강점기에 수난을 겪었고 1945년 해방을 맞은 이후에도 현지에서 고통을 겪어야 한 자이니치(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또는 조선인)의 삶이다. 그들이 조선인이란 이유로 취업과 사업에 차별을 받으니, 종극에 택한 생계의 수단이 그닥 바람직하지 않은 파친코 사업이란 거다. 각본 및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수 휴’와 그에게 처음 ‘파친코’의 각색을 제안했던 ‘테레사 강 ‘총괄 프로듀서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리고 주연 배우들 상당수가 한국인이다. 궁금해졌다. 버터 내음이 물씬 풍길 것 같은 한국계 미국인 제작자가 김치 냄새가 그윽한 그들 선조의 근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른, 세대 관통의 서사에 관심을 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우리가 ‘찐’이라 생각하는 ‘한류’ 진짜배기들이 공유하는 고유의 경험과 정서를 가지진 못했더라도 여러모로 전승된 민족적 공감대는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즘 한류 문화 콘텐츠가 뜨니까 이것 관련 드라마로 승부를 보겠다는 지극히 괜찮은 비즈니스적 아이템으로 취급했다는 관점은 당연한 것이고). 만약 그랬다면 그리고 ‘한류’를 한국사람 혹은 한국 땅이란 물리적 관점이 아닌 ‘한국과 한국사람의 물질적, 정신적 모든 가치’로 정의한다면, 드라마 ‘파친코’는 엄연히 ‘한류’의 연장선에 있는 것 이라 생각한다. P.S 다만 이젠 국뽕은 멀리하자. 각자의 정신건강에 해롭다. 그리고 우리 문화발전에 장애요소다.

Credit 에디터 Jisoo Kim
            리빙문화 칼럼리스트. 가구와 인테리어를 담은 리빙문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소개한 <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의 저자

Web Editor PIC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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