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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21화_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화장실 청소

사람마다 스트레스 푸는 나름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욕실 청소다.

락스 세제를 수세미에 묻혀가며 쪼그리고 앉아 여기저기 군데군데 후벼 파며 닦다 보면

그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걱정 거리들은 잠시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이래서 사람들이 슬프고 괴로울 때는 몸 쓰는 일을 하라고 하나 보다.

특히 변기의 경우 솔로 닦지 않고 수세미를 든 손으로 직접 청소한다.

변기 청소 이야기를 하니 예전에 호프집 아르바이트할 때 생각이 난다.

알바생인 나의 잡다한 업무 중 화장실 청소 역시 내 담당이었다.

청소할 때 내가 솔로 대강 문지르지 않고 변기에 손을 넣어 수세미로 닦으니,

엄마 친구이자 주방 이모인 아줌마가 “어머, 얘. 넌 더럽지도 않아!? 어떻게 손으로 닦아? 어후 이상한 애야.”라며 질겁하던 기억이 난다.

(원래 수선스러운 사람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 외에도 간혹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 끝에 변기 청소를 솔로 하지 않고 수세미를 들고 손으로 직접 닦는다고 하면,

인상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솔로 문지르는 것보다 수세미로 직접 문질러 닦아야 더 깨끗하게 청소가 되기에 나는 이 방법을 고수한다.

사실 또 솔은 대다수 빳빳한 형태다 보니 자칫 잘못 문지르면 락스나 오물 등이 옷이나 피부에 튀는 경우가 있어,

어찌 보면 직접 살살 문지르는 청소가 더 안전한 부분도 있다.

무튼, 락스 세제로 열심히 닦고 샤워기를 쏴아 쏘아 세제 거품이 씻겨 뽀얀 속내를 드러내는 변기와 타일을 보고 있노라면 속이 절로 시원하고 개운해진다.

또, 코끝에 스치다 못해 전신에 배어버린 락스 향이, 구질했던 생각들로 더덕더덕 붙어 찜찜했던 몸과 마음까지 소독해 주는 듯한 느낌은 덤이다.

사실 락스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아 욕실 세제는 락스가 들어간 것과 안 들어간 것 두 가지를 비치해 두었지만,

세정력과 개운함에 있어서는 락스가 들어간 세제를 따라올 세제가 없어 한 번 걸러 한 번씩은 꼭 락스 세제로 청소를 한다.

그리고 락스 향이 나야 무언가 제대로 소독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고정 관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락스 냄새를 좋아한다. -_-;

물론 환풍기를 꼭 켜야 하고 환기를 위해 집 곳곳의 창문 열기는 필수다.

그리고 락스에 임의로 세제를 직접 타고 제조해서 사용하면 나쁜 성분이 발생하여 매우 위험하다 하니,

제조사에서 안전한 비율로 만든 락스와 세제가 한 번에 들어간 시판 락스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내게 화장실 청소란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락스 냄새 킁킁거리며 화장실 청소하는 시간은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내게는 수행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더럽다 여겨지는 것이 화장실이고 변기지만, 또 내가 잘 먹고 누린 것들을 배출하여 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너무도 고마운 곳이다.

사람에게 소위 먹고 자는 것 외에 제일 중요한 것이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남녀노소 지위 고하 막론하고, 급작스러운 생리 현상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그 누가 있던가.

내 집에서든 밖에서든 급작스러운 생리 현상에는 정말 품위고 체면이고 없는데, 그때 내 앞에 있는 화장실은 그 얼마나 고맙고 혜성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예전에 티브이에서 보니, 기저귀를 찬 어린아이조차 본능적으로 자신의 용변 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똥이 마려운데 인상을 쓰며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가서 끄응 힘을 주는 모습을 봤다.

무언의 본능으로 가장 친하고 가까운 사람에게도 안 보여주고 싶은 은밀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묵묵히 받아주는 화장실.

내 치부를 그저 받아주는 화장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이 항상 고맙다.

그리 생각하면 더럽다는 생각은 이내 사라진다.

그렇게 변기를 손으로 어루만지듯 성심을 다해 청소하는 건 편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고마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늘도 여전히 나는 고마움을 담아 청소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 낸다.

모델: 동네고양이 '순심이'

눈은 새초롬, 입은 꼭 다물고 야무지게 모은 순심이. 보자마자 화장실 청소할 때의 내 모습과 유사하다 느낀 사진이다.

고양이작가 아녕

고양이작가 아녕

동네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 아녕입니다.

Credit 아녕 
Web Editor PIC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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