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22화_나는야 엄마 껌딱지 #1_바느질은 즐거워

나는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한 엄마 껌딱지였다.  4살까지 엄마 등에 업혔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엄마가 일을 해야 하거나 사정 등으로 나를 떼어 놓을라 치면 동네가 떠나가라 울었기에 엄마는 나를 울리지 않기 위해 심지어 화장실에 큰 볼일을 볼 때조차 엄마 바짝 옆에 세워 둬야 했다.  엄마와 함께라면 냄새나는 화장실이건 어디든 개의치 않았던 나.  나의 엄마 밝힘증은 날이 갈수록 도가 심해져서 엄마가 엄마 옷을 사 오거나 하면 왜 내 것은 없냐고 통곡을 했다.  내가 통곡을 한 이유는 옷을 좋아하는데 엄마만 옷을 사서 샘이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엄마와 무엇이든 똑같이 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엄마와 쌍둥이처럼 모든 것을 똑같이 공유하고 싶었던 거다.  엄마가 옷을 사면 나도 사고 엄마가 무언가를 하면 나도 해야 하는.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엄마와 딸의 시밀러룩이 흔하지만, 내가 유년 시절이던 1980년대만 해도 시밀러룩의 개념이 흔하지 않았다.  요즘 시밀러룩을 보면 나 어릴 때 저런 것이 있었다면 엄마와 쌍둥이를 자처하는 내게 딱인데 하며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엄마의 쌍둥이를 자처할 뿐 아니라 엄마와 나는 말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조차 똑같을 때가 많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일치할 때가 많다.  엄마의 성함이 ‘마석순’인데 오죽하면 나를 두고 ‘작은 마석순’이라고 칭할 정도다.  말 그대로 그냥 엄마가 작아지고 어려진 게 나다.  그리고 우리는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데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자수를 놓아서 그런가 나도 바느질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엄마가 작년에 암을 선고받고 투병 중이다.  3개월 동안 나는 항암치료를 받는 엄마 곁에 딱 붙어서 그 어려운 시간을 함께 했다.  엄마의 투병으로 엄마와 나의 일상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나의 그림 주제까지도.  현재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엄마지만 암이란 병이 어디 끝났다 말하며 안심할 수 있는 병이던가.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오늘만 사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자 마음먹고 지내려 노력하지만, 엄마와 내가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그림의 주제도 바꾸어 놓았다.  원래도 엄마와 나는 대화를 한 번 했다 하면 몇 날 며칠이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대화를 많이 하는데 엄마가 투병하는 시간 동안 아무래도 과거의 우리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엄마가 쌩쌩하던 젊은 날과 내가 쪼꼬미 뽀시래기였던 그때.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내 그림을 제일 좋아하는 1호 팬인 엄마를 즐겁게 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  엄마와 같이 했던 것들을 추억하고 혹은 같이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해 아쉬운 것들을 그림으로 기록하자는 생각을 굳혔다.  엄마의 껌딱지, 엄마와 쌍둥이처럼 꼭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것을 하는 모습의 내가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느질이다. 모델 고양이 : 동네 고양이 ‘순심이’
고양이작가 아녕

고양이작가 아녕

동네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 아녕입니다.

Credit 아녕 
Web Editor PICTORIUM

What do you think?

13 points
Upvote Downvote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Loading…

0

[지수칼럼] 트렌드 읽기

[사탕고양의 재료 탐구생활] 유화에서 기름 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