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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칼럼] 효원공원 월화원(粤華苑) 단상

 먹고 살만해지면 집에 대한 욕망과 꿈이 커진다.

 고딕 건축물의 첨두 마냥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펜트하우스를 소망하기도 하고,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가 구비된 대저택을 꿈꾸기도 한다.

 여기에 자연경관을 함께 하는 원림園林이 빠질 수 없다. 

 이는 주택 마당의 푸른 잔디에 꽃밭, 조경수 그리고 가로등이 등장한 정원과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다르다.

 주로 동양에서 옛부터 전해오는 원림 건축은 산과 물 그리고 울창한 수풀림이 있는 자연의 장소에 집과 정자가 한데 어울려지도록 꾸며놓는 방식을 택해왔다. 물론 약간의 인위성 조차 배제할 수는 없다.

 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가끔 등장하는 장면이 있지 않은가.

 삼베로 만든 편안한 옷을 걸치고 서예 솜씨를 뽐내는 어르신의 모습 그리고 그의 등 뒤에 난 커다란 창의 차경을 통하여 산수화와 같은 정경이 지나간 후  비단 잉어의 군무와 연꽃의 우아한 자태가 연출되는, 길다란 연못의 모습으로 종결되는 지극히 클리셰한 장면 말이다.

 화창한 봄날에 찾아간 수원 효원공원의 월화원 粤華苑이 그렇다.

 중국 광둥지역의 전통 원림 건축양식을 1,820평 크기의 캔버스에 그려 놓았다.

 2006년 4월 17일 개장했는데 중국인 건축가와 전문 인력 80여명이 와서 직접 만들었다하니 적어도 대형 중국집에서 볼 수 있는 국적불명의 과장되고 왜곡된 중국 건축물과 기품부터 다르다.

 우선적으로 이 곳의 주연은 이층 누각 형태의 정자인 삼우정이다. 정원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데다가 (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아래에 마치 작은 폭포와 같은 냇물이 흐른다.

 그리고 조연이라기엔 섭섭해서 주연급 ‘씬스틸러’라고 불러줘야 할 것들이 있다.

 화방 畵舫과 부용사 芙溶榭가 그러한데 둘은 단짝이다. 왜냐하면 화방(월방이라고도 함)의 차경을 통해 드러나는 부용사의 모습이 그 어떤 곳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가장 뛰어나고 완벽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정자는 헐산권붕 歇山捲朋(산이 휴식하고 누각을 말아 올린다)이라는 중국 고건축의 대표적인 양식을 가졌다. 지붕 처마끝이 돌돌 말려지면서 하늘로 치솟을 듯한 자태다.

 그 밖에도 볼 것들이 너무나 많다. 독특한 형태의 창틀과 연두색 유약을 바른 벽장식용 타일 등 글로 다 소개하기엔 책의 한 챕터 분량이 될 것 같아서 이 정도로.

 중국식 정자를 한참 바라보니 대원군의 원림인 석파정에 있는 청나라 양식의 자그마한 정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연꽃이 드러누운 연못 역시 보길도의 윤선도 세연정을 기억에서 소환시켰다.

 

 그들은 이런 풍광 좋은 곳에서 무엇을 했을까? 단지 홀로 사색과 독서만을 즐겼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우리의 대표적인 원림 중 하나인 담양의 소쇄원은 당대 최고의 선비들이 여유로움 속에서 풍광을 즐김은 물론이요 이상과 철학을 토로하던 문화 담론 산실의 역할을 했었다고 전해진다. 일종의 선비문화 중 하나였던 것이다.

 유럽의 왕정 말 18세기에 살롱문화 그리고 20세기 초반  카페 문화가 있었듯이 말이다.

Credit 에디터 Jisoo Kim
            리빙문화 칼럼리스트. 가구와 인테리어를 담은 리빙문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소개한 <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의 저자

Web Editor PIC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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