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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23화_언제나 친구

내가 우리 동네 고양이를 알아 온 시간 중 가장 오랜 시간인 7년여의 시간 동안 만나 온 젖소 고양이 ‘순심이’와 

2018년 초에 알았지만 드문드문 어쩌다가 만나다 2019년 초에 중성화 수술 이후로 거의 매일을 3년여간 만나온 하얀 고양이 ‘똘똘이’

동네 고양이 중 이 두 녀석 외에 몇몇 녀석들이 더 있지만  그 녀석들은 다들 엄마와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몇 미터의 일정 거리를 두고 곁을 허용하거나 가끔 만나왔다.

하지만 이 두 녀석은 우리 아파트 내에 예뻐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 늘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우리 동네 핵인싸였다.

거기에 이 두 녀석끼리도 사이가 워낙 좋아 똘똘이가 “형! 형!” 하며 순심이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다니며 어디든 늘 함께였다.

그런 두 녀석이 5월 말 같이 사라져버렸다.

녀석들 알아오며 똘똘이는 초반에 드문드문 만났지만 중성화 수술 이후인 2019년부터는 하루라도 안 만난 적이 없었고, 순심이 역시 7년여의 시간 동안 가장 긴 시간 못 본 건 이틀 정도. 그것도 두 번인가 한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 외에는 잠깐이라도 매일 만나왔다.

원래 길고양이라 부르는 동네 고양이 녀석들은 어느 날 훌쩍 떠나는 걸로 이별해 왔지만 늘 한 녀석씩 보이지 않았던 건데,

이렇게 그것도 두 녀석이  한꺼번에  아무 흔적도 없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은 내가 동네 고양이를 만나 온 8년여의 시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 너무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다.

특히 순심이. 근 7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에 맞먹는 시간.

그 시간 동안 내가 힘들 때 조용히 바라봐 주고 묵묵히 옆에 앉아 있는 걸로 나를 위로해 주던 순심이.

3년이란 시간으로 순심이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상기시켜 주었던 똘똘이.

아부지, 엄마, 나 우리 세 식구에게 참 좋은 친구였던 특별한 두 녀석의 부재는 우리 식구에게 마음 깊이 슬픔이 되어 버렸다.

또 내게 무한한 영감을 주어 내 작품에도 가장 많이 등장한 순심이라 내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도 순심이는 특별한 아이였기에 순심이의 부재에 많은 분들이 나를 걱정해 주시고 또 녀석들을 걱정해 주셨다.

이후 그렇게 몇 주의 시간이 흘렀고 내 벗님들이 녀석들과 내 걱정을 하시면서도 내게 애들 소식을 차마 묻지 못한다는 걸 안다. 녀석들이 돌아왔다면 내가 당연히 소식을 올릴 것을 알고 계시기에 묻지 않으신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모두의 걱정 속에 시간은 잘도 흘렀다. 며칠 전 엄마의 꿈에 순심이와 똘똘이가 나왔다고 한다. 엄마 보고 반가워 뛰어오려는데 어떤 사람이 못 가게 목줄을 당기더라고. 그리고 장면이 바뀌었는데 순심이랑 똘똘이가 엄마에게 못 가게 하던 이의 집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곤히 잠을 자길래 그 모습만 보고 엄마가 돌아왔다고 한다. 다른 꿈들은 대략 해석이 되는데 녀석들 꿈은 해석이 되질 않는다. 녀석들이 어디에선가 잘 지내는 건지, 아니면 정말 무지개다리를 건넜는지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녀석들이 사라져 슬프다 해서 그것을 건드리면 안 되거나 상기되는 상처여서 금기하듯 그러고 싶지 않고 그럴 일도 아니라 생각한다.

녀석들과 함께 한 각각 7년과 3년여 시간 동안 충분히 행복했고 고마웠다. 그 소중한 시간을 앞으로 내가 사는 날까지 온 힘을 쏟아 열심히 기억하고 열심히 추억하며 지내려고 한다. 요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웃을 일보다 울 일이 더 많았지만 운다고 달라지더냐. 우울과 슬픔에 잠식 당하지 않으려면 자꾸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들을 애써 일부러라도 해야 한다.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고 떠나고. 밤새 안녕이 내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내게 남은 시간 또한 장담할 수 없을 터. 얼마가 될지 모를 남은 나날을 울 것이냐 웃으려 애쓸 것이냐 생각해 본다. 이래도 똑같고 저래도 똑같다면 앞으로는 슬픔에 조금 무뎌지자 다짐한다. 그 첫 번째가 좋았던 것 위주로만 생각하기.

오늘 녀석들 사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사이가 좋았던 두 녀석 아니랄까 봐 낭만 방랑자답게 같이 떠났다고. 조금 긴 여행을 떠났다고.

그 생각에 미치자 어릴 때 신나게 바람을 가르며 타던 씽씽 생각이 났다. 우리 순심이 똘똘이도 둘이 봄바람 쐬는 거 좋아했으니 두 녀석 씐나게 씽씽을 태워본다.

[/caption]

모델 고양이 : 동네 고양이 ‘순심이’ 와 ‘똘똘이’ (좌측 순서대로)

#고양이그림 #아녕 #고양이그림일기

고양이작가 아녕

고양이작가 아녕

동네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 아녕입니다.

Credit 아녕 
Web Editor PIC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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