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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칼럼] 전통 소주

전통 소주가 잘 되려면 …

 1975년은 펩시 콜라에게 터닝포인트의 해였다. 라이벌이자 점유율 1위 브랜드 코카콜라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펩시 챌린지 Pepsi Challenge ‘라는 블라인드 테스트와 그 결과를 영상으로 담은 광고 덕분이었다. 이 캠페인(테스트)에 참가한 소비자는 눈을 가린 채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시음한다. 그리고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드는 지를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이가 펩시를 선택한 것이다.

 이 대단한 마케팅의 전략과 실행은 당시 펩시에서 총망받던 존 스컬리가 진행했다. 그 공로로 30대의 나이에 CEO에 등극한다(어디서 듣던 이름일 것이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설탕물만 팔거냐”며 꼬드겨 데려왔던 그 사람 맞다 ).

 그런데 아주 오랜 후 이 캠페인의 비밀이 풀렸다.

 사실상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유독 블라인드 테스트에선 펩시가 강세를 보였던 까닭 말이다. 

 열쇠는 Sip-Test 에 있었다. Sip은 한 모금만 마신다는 의미다.
 즉 한 모금 테스트에서는 소비자들은 더 달콤한 제품(코카가 아닌 펩시)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코카 콜라의 매력은 단 맛 보다는 탁 치고 올라오는, 탄산의 쾌청함에 있다. 달리 말해서 좀 더 많은 분량을 마시게 했다면 코카의 승리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내용은 재기 넘치는 경영학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 셀러 ‘블링크 Blink’ 에 자세히 나온다.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상이한 결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후에 다시 반전이 있다. PS 1에~).

 그래서 펩시 챌린지의 사례를 우리의 소주에 빗대어 본다.
 흔히 어느 술집에서나 쉽게 접하는, 17도 도수의 희석식 소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박재범의 원 소주, 충주의 토끼 소주, 마한 소주, 안동의 진맥 소주, 강원도의 모월 소주, 키 Khee 소주, 삼해 소주 등 이른바 프리미엄 소주라 불리우는 전통주(또는 지역 특산주) 영역의 소주 말이다.

 각종 SNS와 블로그 등을 살펴보면, 이들 고가 소주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좋은 평가는 패스하고)부정적인 것들만 추려보겠다. 35도 이상의 고도수 소주에 대해서는 누룩향을 지적한다. 깔끔하면 그건 또 특색이 없다고 뭐라 한다. 20도 전후의 저도수에 대해서는 물탄 맛이다. 밍밍하다가 지배적이다.
 
 과연 옳은 평가일까? 호불호가 존재할 수 있으며 뭐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 테스트 방법에 대해선 고민을 해봤을까?

 내가 봤을 때 테스트는 대부분 위스키의 관능 테스트를 그대로 따라한 것 같아서다.

 위스키는 대부분 고도수인데다가 오크통 숙성에 따른 나름의 스모키하고 바닐라향 같은 풍미가 깃들여 있다. 그래서 ‘실온’에, ‘안주없이 마셔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런데 소주는 다르다. 위스키로 친다면 막 뽑아낸 스피릿이나 다름 없다(옹기에 일정 기간 숙성했다 치더라도). 따라서 안주 없이 마시기에는 좀 무리다. 심심하거나 누룩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0도 미만의 소주는 반드시 시원하게 냉장한 것을 마셔야 한다. 미지근한 중저도수의 술이 맛있는 경우는 와인이지 대부분 술은 발효주나 증류주 모두 차갑게 마신다. 40도 이상의 양주를 제외하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식당에 가봐라. 우리가 늘 마시는 희석식 소주만 해도 시원한 것을 마시고 안주 또한 매운 것부터 담백한 것 까지 다양하지 않은가?

 결국 소주는 소주답게 평가해야 한다. 음식과의 페어링 그리고 온도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가질 것을 고려해서 말이다.

 다시금 차갑게 마셔보자. 밍밍한 물 맛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궁합에 맞는 안주와 함께 먹어보자. 오히려 누룩향이 매력일 수 있다.
 
 PS 1 영국의 디지털 소비자 정보 조사기업 ‘브랜드워치’가 2015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전 세계 청량음료 산업에서 36%라는 부동의 선호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레드불이고 펩시는 4위였는데 코카보다 20%나 낮은 수치였다.
 다시 펩시 챌린지로. SIP TEST에서는 이겼지만 정작 판매 매출 점유율에서는 코카를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이유는 명백했다.
 이토록 달달한 캔 하나를 통째를 마실 경우, 과혈당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에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는 사실 말이다. 가지만 보고 뿌리는 못 본 셈이다.
 
 PS 2 ‘이번주도 잘부탁해’라는 예능 프로를 보면 로컬의 우리 술과 음식 페어링 소개가 돋보인다. 아쉽게도 이미 종영 ㅡ.ㅡ
  • 김지수 대표님의 컬럼은 페이스북에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

Credit 에디터 Jisoo Kim
            리빙문화 칼럼리스트. 가구와 인테리어를 담은 리빙문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소개한 <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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