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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칼럼]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의 위험성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2
 
 이젠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도 조심해야겠다. 최근 CNN에서 가상 인플루언서가 다양한 인종으로 제작될 시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의 위험성도 가질 수 있음을 짚었기 때문이다.
 
 문화적 전유라는 말이 조금은 생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약 2년 전 ‘의정부고 블랙페이스 논란’을 떠올려보자. 그거다(블랙페이스 논란의 기승전결이 모두 이해했다는 전제 하에~).
 
 예를 들어, 로지가 인디언 분장 혹은 이슬람의 히잡, 부르카를 착용하거나 레게 머리를 선보일 경우, 비난의 대상이 되어 곤혹을 치를 수 있음을 말한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문화적 전유 관련 이슈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지난 2017년에 미국 포틀랜드에서 백인 여성이 멕시코 음식 부리토 가게를 열었다가 문화적 전유라는 공격을 받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듬 해 미국의 백인 고등학생이 중국 의상 치파오를 입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중국계 미국인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이쯤 되면 ‘좀 심한 거 아닌가’란 생각도 들 만하다.
 
 그리고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었다. ‘세렌 센세이’라는 흑인 여성 작가가 가수 ‘브루노 마스’에 대하여 ″그는 음악을 창조하는 사람도 아니고, 음악에 보탬이 되는 사람도 아니며, 음악을 더 낫게 하는 사람도 아니다. 마스는 카라오케 가수다. 결혼 피로연용 가수다. 마이클 잭슨이나 프린스의 커버 음악을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래미에서 ‘올해의 음악상’을 탔다. 프린스도 타지 못한 그런 상을 말이다.”라는 혹독한 비난을 한 것이다.
 
 이유는 어머니는 필리핀인이고 아버지는 반 푸에르토리코인, 반 유대인인데 어떻게 브루노 마스가 흑인이며 함부로 흑인의 음악을 해서 돈을 버느냐는 것이다. 즉 장사 속으로 ‘문화적 전유’를 범했다는 주장이다.
국내의 사정도 예외가 아니다. K팝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다 보니 K팝 아티스트가 표적이 되기도 한다. 가수 박재범과 현아의 레게 머리, 블랙 핑크의 `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장식품으로 등장하는 인도의 가네샤 신까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과장하자면, A라는 에스닉을 가진 이들이 B의 에스닉을 차용하면 무조건 비난이 되는 사태가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문화적 전유’ 본질의 의미는 퇴색하고 되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글로벌 문화 믹스가 차단되는 역기능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참 어려운 문제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어떤 국가의 문화집단이 다른 인종 또는 문화집단의 전통 문화를 자신의 것 마냥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매우 포괄적이고도 애매한, 저작권의 무단 도용 이슈가 된다. 그래서 지극히 수평적 기준에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생겨난다.

 그런데 문화적 전유는 도용을 포함하나 그 본질이 다르다. 무단으로 문화 베끼기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결여된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만행의 주체가 주류 문화와 문명의 헤게모니를 꽉 쥐고 있는 강자란 점이다.

 그 예는 헐리웃 영화에 숱하게 누적되어 있다. 헐리웃 영화에 등장하는 아시아인들은 왜 다들 세탁소와 구멍가게 주인들이 많은 지, 심지어 심성이 야박하기도 하다. 그 중 한국인이라도 등장하면, 한국어 액센트와 억양이 너무 어색하여 보고 듣는 내내 불쾌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순종적이고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것쯤으로 비쳐지는 아시안계 여성들의 묘사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서구적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인 셈이다.

 그래서 APPROPRIATION을 도용이 아닌 전유專有 그러니까 독차지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외피를 그저 차용한 것 뿐만 아니라 거기에 내재된 ( 왜곡될 수 있는) 정신까지도 송두리째 빼앗아 자기 멋대로 썼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인종차별과 제국주의라는 그늘의 역사를 가진 미국이 현재까지도 자기들의 문명을 마치 세계적 기축통화인 ‘달러’처럼 사용함으로써 벌어진 일이다. 물론 그 중심 문명의 월등함에 기대고 순응하고 입맛을 들여버린 우리 역시 동일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기대면 기댈수록 그 차이는 더 벌어지고 우리의 것을 전유하는 그들의 ‘우리 것’은 더욱 더 왜곡되고 볼품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현재 미국 대륙에 거주하는 타인종의 비율이 현격하게 증가함으로써 이제야 문화적 전유에 대한 자각과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하면서 말이다.

 글로벌 측면에서 우리가 경제, 문화적으로 아직 운전대에 앉을 정도의 위치는 아니지만 트렁크에 겨우 몸을 싣고 다니던 신세에서 이제는 조수석 정도에는 앉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도 기득권이 된 것이고 다른 인종의 문화와 풍습을 차용 시 정말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설움도 잊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존중’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박재범이 자신의 헤어스타일이 논란이 되었을 때 남겼던 메시지가 가슴에 간직되었다. 그는 진짜로 멋진 스타가 맞다.

 “우리는 소수를 괴롭히는 다수가 아니며, 문화를 훔치려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당신들의 동료이고 당신들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 얕은 지식으로 힙합과 흑인 문화를 재단하는 사람들을 바로잡을 힘이 있다.”
PS 1 레게 머리와 드레드 헤어를 헷갈리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 관계는 파스타와 스파게티의관계랑 같다. 레게 머리라는 카테고리에 드레드, 아프로펌, 콘로우, 브레이즈 등의 다양한 레게 헤어 스타일이 존재하는 것이다.

Credit 에디터 Jisoo Kim
            리빙문화 칼럼리스트. 가구와 인테리어를 담은 리빙문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소개한 <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의 저자

Web Editor PIC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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