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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 : 무엇이 문제일까?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 무엇이 문제일까요?

  최근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가 창작자 사이에서 주요 이슈로 떠올랐어요. 그루그루도 발 맞추어 이번 글에서 1. ‘왜’ 출판계 통합 표준 계약서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지 2. 정확히 ‘어떤 조항’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짚어보았어요. 표준계약서를 둘러싸고 진행되어 온 여러 논의를 되새기고, 표준계약서의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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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5일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한 출판계 주요 단체가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를 제정〮발표했어요. 우리나라 출판계에선 최초로 통합 표준 계약서가 생긴 셈인데, 해당 계약서에 대한 비판이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끊이질 않고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출판분야 표준계약서 개선안 6종과 오디오북 제작 및 유통계약서 신규안 4종’ 발표를 앞두고 일어난 기습 발표였기 때문이에요.

 문체부의 표준 계약서 개정안은 저작자 단체, 출판 단체 및 유관 기간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계약서에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의 입장이 동등하게 반영 되도록 애쓴 결과물이에요. 그런데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안 발표 이전에, 출판계 단체들이 저작자들과의 논의 없이 만든 계약서를 ‘표준계약서’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이에요.

 두 번째 저작자들과의 논의 없이 만든 계약서인 만큼, 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여러 조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번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는 표준계약서의 취지와 어긋나며 그 자체로 불공정 계약서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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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의 어떤 조항들이 문제일까요? 여러 단체가 입장문과 성명문을 통해 지적한 바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아요. 

(아래 내용은  김기태 세명대 교수가 출판계-문체부 출판분야 표준계약서 내용을 대조하여 정리한 조문 대조표를 참고했습니다.)  

  저작권법 제57조 2항은 ‘저작재산권자는 그 저작물에 대하여 발행 등의 방법 및 조건이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발행권을 설정할 수 있음’ 보장합니다. 그래서 문체부 표준계약서의 제 3조(배타적발행권 및 출판권의 설정)에서는  ‘제 12조 제 1항에서 정한 발행 등의 방법 및 조건이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 저작물에 대한 새로운 배타적 발행권을 제 3자에게 설정할 수 있음‘을 명시하죠.

  그러나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의 제1조(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의 설정)에선 ‘출판사가 저작물의 출판 및 배타적 발행에 관하여 국내외에 걸친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는 점만 명시할 뿐, 해당 사항에 대한 추가 언급은 없어요. 그래서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출판계 통합 표준 계약서]

제1조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의 설정)

‘저작권자’는 ‘출판사’에 대하여 본 저작물에 대한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을 설정하고, ‘출판사’는 본 저작물의 출판 및 배타적 발행에 관하여 국내외에 걸쳐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다.

[문체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제3조 (배타적발행권 및 출판권의 설정)

저작권자는 발행사에게 위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발행권 및 출판권을 설정한다. 다만, 저작권자는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발행 등의 방법 및 조건이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 저작물에 대한 새로운 배타적발행권을 제3자에게 설정할 수 있다.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는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자동연장의 경우에도 10년간 효력을 미친다고 명시했습니다.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계약당사자 쌍방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게다가 최근 창작가가 통상 계약 기간으로 3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은 퇴행적인 ‘노예 계약’이라고 비판 받고 있어요.

[출판계 통합 표준 계약서]

제5조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의 유효기간과 갱신 및 재고도서의 배포, 저작권자의 계약 해지 요구권)

① 이 계약에 의한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은 계약일로부터 유효하며 본 저작물의 최초 발행 또는 복제⋅전송 (이하, ‘발행 등’)을 한 날로부터 10년간 그 효력이 존속한다.

② 계약 만료일 2개월 이전까지 ‘저작권자’와 ‘출판사’ 어느 한쪽에서 계약갱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문서로 통고하지 않는 한 이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연장된다. 이 경우 ‘출판사’는 저작권자’에게 계약 만료일의 도래를 _개월 이전까지 통지하여야 한다.

[문체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제6조 (배타적발행권 및 출판권의 존속기간)

① 발행사가 보유하는 위 저작물의 배타적발행권 및 출판권은 계약일로부터 최초 발행일까지, 그리고 최초 발행일로부터 _년까지 효력을 가진다.

② 저작권자 또는 발행사는 계약기간 만료일 개월 전까지 문서로써 상대방에게 계약의 종료를 통보할 수 있으며, 이러한 종료 통보에 따라 계약기간 만료일에 이 계약은 종료된다.

③ 제2항에 따른 종료 통보가 없는 경우에 이 계약은 동일한 조건으로 _년까지 자동 연장되며, 이 경우 발행사는 자동 연장 이전까지의 저작권사용료를 정산하여야 한다.

④ 발행사는 제2항의 계약종료 통보 기한 이전에 저작권자에게 제2항 및 제3항의 내용을 통지하여야 한다.

 최근 콘텐츠 산업 내 여러 갈래가 전에 없이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2차적 저작물의 생산이 늘고 있습니다. 때문에 원저작자의 권리 보호는 더욱 대수롭게 다뤄야 할 이슈가 되었어요. 백희나 작가가 매절 계약으로 인해 ‘구름빵’의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문학사상의 저작권 양도 요구로 작가들이 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창작자들이 일찍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기도 하죠. 그러나 이번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는 2차적 저작물에 관한 업무 처리를 출판사에게 일단 위임토록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어요.

[출판계 통합 표준 계약서]

제8조 (2차적 저작물 작성, 사용 및 수익배분)

① 본 계약 유효기간 중 ‘출판사’ 또는 제3자가 번역, 번안, 만화,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방송, 녹음, 녹화, 편집 기타 일체의 형태나 방법으로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저작권자’가 그에 관한 업무 처리를 ‘출판사’에게 위임하고, 그 사용허락의 조건에 관하여는 ‘저작권자’와 협의하여 결정한다. 이와는 별개로 ‘저작권자’가 직접 그에 관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수익비율은 별도로 협의하여 결정한다.

[문체부 출판 분야  표준 계약서]

제18조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

① 이 계약기간 중에 위 저작물이 국내외 제3자의 요청에 의하여 번역, 각색, 편곡, 변형 등의 방법으로 2차적저작물로서 이용되는 경우 그에 관한 이용허락 등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으며, 출판사에 먼저 요청이 오는 경우 출판사는 이 같은 사실을 위의 제3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아울러 출판사는 제3자의 저작물 이용허락 요청 사실을 저작권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② 이 계약의 목적물인 위 저작물의 내용 중 일부가 국내외 제3자의 요청에 의하여 복제 및 공중송신 등의 방법으로 재이용되거나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부차적으로 이용되는 경우 그에 관한 이용허락 등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으며, 출판사에 먼저 요청이 오는 경우 출판사는 이 같은 사실을 위의 제3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아울러 출판사는 제3자의 저작물 이용허락 요청 사실을 저작권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저작인격권이란 정신적인 노력의 산물로 만들어 낸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가 인격적으로 갖는 권리를 말합니다.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으로 구분되며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거나 상속될 수 없어요.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엔 저작인격권을 보호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어요.  

[출판계 통합 표준 계약서]

(해당 사항 없음)

[출판계 통합 표준 계약서]

제9조(저작인격권의 존중 등)

① 발행사는 위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저작인격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

② 발행사는 위 저작물의 발행물에 적당한 방법으로 저작자의 성명과 발행 연월일 등 저작권 표지를 하여야 한다.

③ 저작권자와 발행사는 인쇄 방식에 의한 발행물에 검인지를 [부착하기로( )  / 부착하지 아니하기로( )] 합의한다.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에는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구제조항이 부재하여, 실제로 문학〮출판계에서 성희롱/성폭력 고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출판계 통합 표준 계약서]

제 16조 (계약의 해제, 해지 또는 변경)

① ‘저작권자’ 또는 ‘출판사’가 본 계약에 정한 사항을 위반했을 때 그 상대방은 적절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한 후 해제, 해지할 수 있고, 또 그 위반으로 손해를 입혔을 경우 당사자는 배상 또는 보상해야 한다.

② ‘저작권자’와 ‘출판사‘는 천재지변 또는 고의가 아닌 사정으로 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경우, 협의하여 이 계약을 해제,

(해당 사항 없음)

[문체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제19조(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

저작권자 또는 발행사(소속 임직원을 포함한다)가 상대방에게 관련 법률에 따른 성희롱,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 그 상대방은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문체부의 표준계약서와 비교 했을 때,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의 어떤 점이 비판의 중심에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한국출판인의회에서는 논란이 가중되자 입장문을 발표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출판계 권익 증진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법적 강제력이 있거나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계약서가 아닙니다. 출판사와 저작자, 분야 등 상황에 맞게 협의하여 활용할 수 있으며, 향후 저작자와 출판사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해서 수정·보완해나갈 계획

–  “출판권 및 배타적발행권 설정 기간을 ‘10년’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그 기간을 가능한 최대로 연장하는 데 의의가 있으며, 반드시 10년으로 특정해 기간을 설정한 것은 아니기에 출판사, 분야, 장르별로 특성에 맞게 협의하여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입니다.”

 출판인의회는 통합 표준계약서가 강제력이 있거나 반드시 사용하는 계약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출판 주요 단체 사이에서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된 이상 일정 정도의 힘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해 보여요. 이미 김초엽 작가도 불공정 계약서를 받은 작가들이 있음을 밝혔고요. 아무리 ‘협의’에 따라 계약 진행이 가능하다고 해도 신인 작가나 당장 계약이 급한 작가들은 창작자에게 불리한 계약서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저작자 단체에서는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를 폐기하고 문체부의 개정 표준계약서를 ‘표준’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회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아동문학인협회출판노동조합협의회 소속 네 개 노동조합이 입장문 및 성명문을 차례로 발표 했어요. 백희나 작가도 통합 표준계약서는 불공정 게약서라고 비판했죠.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슬라이드를 클릭하면 해당 입장문/성명문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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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법적인 강제가 없는 ‘표준’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2014년 문체부가 출판 분야 표준 계약서를 개정했지만 강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이상문학상 사태가 일어났으니까요. 정당한 표준 계약서의 상용화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할 뿐 아니라, 앞으로의 예비 창작자들이 좌절과 낙담 없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예술계를 구축하기 위한 초석이라는 점에서 중요해요. 그러니 ‘표준’을 정하는 것을 넘어, 정당한 표준 계약서의 사용을 어떻게 상용화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해요. 아마도 그 고민이 더 무거운 숙제일 것 같아요. 

참고자료

  • 김기태, 출판계-문체부 출판분야 표준계약서 조문 대조표
  •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입장문
  • 한국가회의 저작권위원회 입장문
  •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입장문
  • 아동문학인협회 성명서
  • 출판노동조합협의회 소속 네 개 노동조합 성명
  • 백희나 작가 트위터
  • 뉴스레터 무무의 섬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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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금까지 버틴 기간만큼만 더 버티면 60살이 돼요

홍대앞 주차장 거리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