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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양이들에게 받은 중요한 가르침은 ‘여유’와 ‘균형’ 이죠

그루가 만난 한국의 예술가들

반려동물을 키우는 예술가 : 저는 고양이 집사입니다.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개와 고양이 뿐만 아니라 사슴, 앵무새, 독수리, 거미 원숭이 등 여러 동물들이 한데 어울렸던 그의 정원은 초록 풀까지 우거져 환상적인 숲속처럼 보였죠. 그가 꽃과 나무를 가꾸고 많은 동물들과 지냈던 이유는 그가 한 인간으로서 겪었던 고통과 떼어놓을 수 없을 거예요. 

  프리다 칼로는 지병과 사고로 오랜 시간 불편한 몸과 동거해야 했습니다. 매순간 그를 관통했던 고통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게 해준 것이 바로 그림과 반려동물이었어요. 프리다 칼로에게 그의 반려동물들은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 또 자식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자화상에도 반려동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프리다 칼로만이 아니라 앤디 워홀, 버지니아 울프 등 많은 예술가들 또한 동물들의 ‘반려인간’이었어요. 어쩌면 예술가와 반려동물은 오래되고 필연적인 조합일지도 모르겠어요. 창작이라는 외로운 작업 속에서 예술가가 분투할 때, 그의 곁에서 반려동물이 한줄기의 부드러운 위로가 되어줄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그루그루는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예술가와 반려동물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반려동물 키우는 예술가들, 그 첫 번째는 고양이 집사 예술가들입니다:)

Grooterview, 세 번째 아티스트 : 일러스트레이터 공욱재

고양이들에게 받은 중요한 가르침은 ‘여유’와 ‘균형’ 이죠.

Q. 작가님의 고양이를 소개해주세요!

  우리 집 터줏대감 8살(추정) 홍도와 대감마님 2살(추정) 월평이와 34살(추정) 인간, 모두 셋이 한집에서 도란도란 지내고 있습니다. 고양이 녀석들 이름이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이 친구들의 이름은 사실 만난 동네의 이름을 따서 지어주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고향,  노잼의 도시 대전의 홍도동에서 만나서 홍도, 월평동에서 만나서 월평입니다.

  두 녀석 모두 굉장히 별난 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녀석은 꼭 흐르는 세면대 물만 고집해서 마신다거나 둘째 월평인 제가 밥 먹을 때를 기다렸다가 화장실 용변을 본다거나, 아주 뚜렷하고 귀여운 고집이 있는 친구들이에요. 서울에서 지내다 귀향 했을 때부터 이렇게 귀한 인연이 생겨, 이제는 녀석들 잠자는 사이 발톱도 몰래 냉큼 깎을 줄 아는 노련한 4년 차 집사로 지내고 있습니다.

홍도 

월평

Q. 홍도와 월평이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혼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엄두를 못 냈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제가 외출을 하면 반려동물은 집에 혼자 외롭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귀한 생명을 책임질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물음 등 걱정이 앞섰습니다.


  가방에 동네 고양이들 만나면 줄 간식 한두 개 들고 다니면서, 아주 가끔 친한 고양이 친구들을 만나면 하나씩 건네주고 안녕- 하며 지내곤 했습니다. 그러다 한겨울에 홍도가 제 집 앞 현관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죠. 예뻐서 간식 건네주고 머리 몇 번인가 쓰다듬고는 돌아섰는데, 제 발자취를 따라서 홍도가 집 문 앞까지 온 것이 동거의 시작이었어요.

  ‘이 한겨울에 얼마나 추웠으면 따라왔겠나’ 하는 마음이 스쳐서, 엄동설한에 차마 내보내지를 못하고 부랴부랴 데운 물과 식사가 될 만한 것들 차려서 먹였어요. 버리려고 정리해뒀던 택배 상자에 무릎담요를 넣어 적당히 만든 공간에 살금살금 걸어가 천연덕스럽게 잠부터 자던 홍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Q. 여러 반려동물 중 고양이를 키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집사들이 흔히들 말하는 ‘간택’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현재진행형으로 같이 사는 동안 특별해진 것 같습니다. 유년시절 품에서 떠나 보낸 향단이(강아지)가 유독 저에게 보여주던 습관들이 있었는데-이를테면 굳이 꼭 불편하게 제 옆구리에서 잔다거나, 졸졸 쫓아다닐 때 꼭 왼쪽에서 따라 온다거나- 왠지 향단이가 다시 태어나서 절 만나러 온 건 아닐까, 이유를 찾곤 합니다.

Q. 보통 작가님과 홍도, 월평이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집 절반이 작업실인데, 두 녀석들이 제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다니며 집 구성원 전체가 한 몸처럼 요리조리 붙어 지냅니다. 작업한다고 책상에 앉으면 각자 책상 주변의 본인들 전용 자리에서 잠을 자고 거실에서 밥 먹으면 거실의 전용자리에 자릴 잡아요. 졸졸 따라다니면서 저를 ‘보호한다’ 혹은 ‘감시한다’는 식입니다. 고양이끼리는 서로 야옹-하고 울면서 대화하지 않고 그렇게 우는 것은 나름의 인간 언어를 하는 것이라고 배운 후로부터는, 녀석들이 절 보고 울면 저도 같이 야옹하면서 대화를 열심히 하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대부분 녀석들과 함께 놀고 체온 나누며 지내고 있어요.

Q. 고양이 집사가 되고, 일상에 고양이가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나요?

  어마어마하게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생명’을 책임지게 되었다는 거예요. 저야 제 의지대로 밥 먹기 싫으면 거르기도 하고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어요. 하지만 같이 사는 고양이 두 녀석은제가 밥을 주지 않으면 배고파도 참아야 하고 본능적으로 아픈 것을 숨기기도 해요. 녀석들이 저에게 온전히 모든 걸 믿고 맡기고 있기 때문에, 제 생활의 일부를 할애하는 수준을 넘어서 절반을 함께 나누는 것 같습니다. 제가 돈을 버는 이유는 고양이들 밥을 먹이기 위해서고 제가 꼬박꼬박 집에 들어가는 이유는 같이 놀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또 변한 게 있다면, 제가 조금이라도 게으름 부리면 녀석들이 밥 달라고 귀에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혼자 살던 때보다 아주 많이 부지런해졌습니다.

Q. 홍도와 월평이가 작가님의 작품활동에 영향을 주었나요? 주었다면,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직접적으로 녀석들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진 않지만, 같이 사니까 볼 수 있는 것들, 녀석들이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나른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은 고양이도 사실은 나름대로 철저히 지키는 삶의 철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어요. 계절에 따라 햇빛을 쬐는 자리를 옮긴다거나 집 밖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철통 경계를 한다거나, 그런 것들이요. 무엇보다 녀석들이 저에게 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단연 ‘여유’와 ‘균형’ 입니다.

  밥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녀석들은 본능적으로 관리를 위해 적당한 양으로 나누어 먹어요. 단순히 똑똑함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충동적으로 살고 있지 않나’ 하는 물음을 던져주기도 하고요. 또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아늑한 곳에 똬리를 틀고 쉬는 모습을 보면 ‘항상 바쁘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기도 하죠. 고양이 녀석들이 제가 삶에서 꼭 한번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한 키워드를 던져주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 주절주절 떠들 것 없이, 일단 무한정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를 지켜보면서 얻는 영향을 빼놓을 수 없네요.

Q. 앞으로 홍도와 월평이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양이를 그리거나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을 주제로 작업할 계획은 없지만, 앞서 언급한 고양이의 삶에서 발견하고 배운 것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긴 합니다. 이를테면, 아무 말 없이도 뜻이 통하는 매개에 대한 것, ‘발견’에 대한 시각, 중의적인 표정이 머금고 있는 이야기들 같은 거요. 이런 것들을 제 작품 속 인물의 표현에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집사라서 그렇다기 보단, 아주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들을 요철 없이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아요.

Q. 홍도와 월평이가 주는 행복도 있지만 때론 걱정이나 고민도 있을 텐데, 고양이 집사로서 요즘 최대의 고민을 알려주세요.

  집사분들이라면 누구나 크게 공감하실 화두네요. 그저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건강하게 재미있게 즐거운 삶을 누렸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한 부족함 없이 내주고 싶기 때문에, 인간 삶의 현실적인 문제를 어서 해결하는 것이 걱정이자 목표입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홍도와 월평이는는 나에게 (    )한 존재다.

  소중한 존재다, 입니다.

  멋진 단어나 유려한 문장으로 괄호를 채우려는 생각이 들었는데, ‘소중하다’는 말을 대체할 방법이 없네요. 단어 그대로 아주, 많이,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공욱재 소개_

일러스트레이터 7년 차로 접어든 공욱재 작가는 네이버 까페일러스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출판 전문 커뮤니티산그림을 시작으로 대전에서 직업훈련 강사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의학에 필요한 논문 피규어, 세미나,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의료분야에 설명을 덧대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을 주로 작업합니다.

  대외적인 활동에 구분 지어 매우 개인적인 작업 활동을 병치하고 있는데, 그것의 큰 줄기는사람입니다. 저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인물의 형태적 설명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을 찾고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의인간과 관용적 의미의사람을 분명하게 구분 짓는, 얼굴의 모양이나 표정들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저 너머의 분명한무엇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공욱재 작가는  무한하게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인간의 얼굴을 사람의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에 느리지만 조금씩 다가서고자 노력합니다.

당신의 가르침

레옹 마틸다

Credit 에디터 Soo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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