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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낫프리(free,not free) : 프리랜서가 프리랜서에게 묻다. 상편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매월 둘째 주 목요일, 느슨한 프리랜서 연대를 지향하는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free,not free)의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1. 프리랜서가 프리랜서에게 묻다

  다른 프리랜서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된 질문은 “그래서 도대체 다른 프리랜서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였다. 매거진을 만들 때만 해도 프리랜서의 일과 삶을 다룬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일상 에세이로 한 개인의 이야기이거나 프리랜서가 수익을 올리는 법 같은 실용적인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프리랜서가 프리랜서에게 묻다’는 다양한 직군의 프리랜서에게 조금 더 날것의 이야기를 듣고자 기획한 기사다. 총 8명의 프리랜서에게 몇 개의 질문을 던졌다.

  • 이야기를 나눠준 사람들
  • 프리랜서로서 일하면 힘든 점

몇몇 클라이언트는 프리랜서에게도 퇴근 시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주지 않는다. 종종 저녁 시간이 다 지나서야 연락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수입도 독차지하지만, 리스크도 독차지한다. 일이 밀려도 몸이 아파도 대신 일해줄 사람이 없다. 작업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어떤 조직의 능력에 기대거나 묻어갈 수도 없다. 우수한 경쟁자가 우수수 나타나 불안하기도 하고.

일 구하기! 영업하기 힘들다.

한 달을 예상할 수 없는 수입. 고정 비용을 만들기 위해 내 일과는 전혀 다른 알바도 생각해봤다. 왜 다른 알바냐고? 같은 일로 알바까지 하면 내 일이 싫어질까 봐.

많은 사람이 공감하겠지만, 일단 프리랜서에게 맡기는 일은 단발성 프로젝트가 많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다 보니 수입도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다음 달에 먹고살 문제를 걱정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리고 조직 내규와 같은 강제성 있는 규칙이 없다 보니, 일상을 컨트롤하고 일하는 리듬이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불안정하다. 수입 측면에서의 불안도 있지만, 심리적인 불안도 있다. 일정 시간과 장소에 따른 출퇴근이 없다 보니 생활에 안정적인 리듬을 만들기가 어렵다. 힘들게 리듬을 만들어 놓아도 일이 한꺼번에 몰리면 리듬이 다시 깨진다. 그리고 연락. 회사원에게는 퇴근 시간이 지나면 연락을 잘 하지 않는데, 프리랜서라고 하면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계속 연락한다. 그게 너무 스트레스라 반대로 내가 상대에게 저녁 7시 넘어 연락할 일이 있으면 ‘늦은 시간에 죄송하다’라고 하거나, 월요일에 연락할 때 ‘주말 넘겨서 연락하느라 늦었다’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 프리랜서라서 좋은 점

설령 작업이 망하더라도 나 혼자 책임지면 된다는 점이 속 편하다. 프로젝트 전반에 있어서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반대로 어떤 부분에 있어서 잘하고 있는지가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는 편이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에 답이 있다. 말 그대로 (비교적) 자유를 택한 것.

나 자신의 존재 가치로 돈을 번다는 사실. 내가 어떤 조직에 속해 있다거나 말을 잘 듣는 직원이라서 돈을 버는 게 아니다. 혹은 신입 때 뽑았지만 사용 가치가 끝나 버리기에는 조직이 양심에 찔려서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 그래서 일을 많이 시키는 건 참아도 자존심 깎는 말을 하면 그대로 일을 엎어버릴 수도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금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이 적당히 맞춰진 삶을 살고 있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놀러 다니고 적당히 공부하고. 회사에 다니면 이 중 하나는 분명 포기해야 한다.

큰 조직에 있을 때는 일 외에도 조직이 굴러가기 위해, 또 팀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일을 해야 했다. 그 때문에 감정 소모도 많았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지금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없어서 좋다.

조직에서 같이 일하다 보면 정말 싫은 사람이 한 명쯤 있지 않나. 그 사람과 한 공간에 있을 필요가 없다. 혹 있더라도 회사에 다니면 매일 봐야 할 텐데, 프리랜서로 일하면 매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직장인에 비해 긴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점. (물론 휴가가 길수록 수입은 줄어들지만.)

정말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만나기 싫은 사람을 계속 볼 필요도 없다는 것!

  • 프리랜서의 환상과 실제

환상 : 마음만 먹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 : 내가 잘못 생각했다. 마음만 먹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니…

환상 :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직 밖에서 일하면 쓸데없이 소모하는 시간이 사라지니 일의 능률도 오르고 여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졌다. 주말과 공휴일에만 가능했던 여가 활동을 평일, 주말 상관없이 최적의 시간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 휴무일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상시적 노동을 하고 있다.

환상과 실제의 일치 : 프리랜서는 독립적인 내 성향에 맞을 것이다. 

프리랜서가 독립적이라는 문장에 담긴 ‘독립’이라는 말이 자칫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다’ 혹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다’라고 들릴 수 있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다. 조직에 의존하기보다는 독립 계약자로서 일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프리랜서는 단기적으로 일을 맡는 데다 내가 능력이 없으면, 언제라도 상대 기업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반대 경우로 내가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다. 업무 대부분을 혼자 처리해야 하고(TF팀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나 자체가 걸어 다니는 1인 기업이기 때문에 영업부터 정산까지 모두 해야 한다.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이 모든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적인 내 성향에 맞는다는 의미다. 

환상과 실제의 차이 : 프리랜서는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할 것이다. 

내가 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거리가 언제 많아지고 적어질지 알 수 없는 프리랜서는 생각보다 업무 선택의 자율성이 낮고 근무 강도가 강한 편이다. 그러므로 언제든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 싶다는 마인드로 프리랜서로서의 노동을 선택한다면 꽤 힘들 수도.

환상 : 어렸을 때 막연하게 상상했던 프리랜서의 이미지는 이런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최적의 작업실에서 일하고,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클라이언트를 리드하는 멋진 모습.

실제 : 방송작가로 직업을 시작하다 보니, 이건 고용 형태만 프리랜서일 뿐 죽어라 일하는 건 똑같았다. 이후 이직한 회사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혼자 일하기 시작한 후로는 일감 따기부터 큰일이었다. 프로페셔널하고 멋지게 일한다기보다는 밤을 새우고 세수도 못 한 채 컴퓨터 앞에 앉거나 안 풀린 목소리로 전화기를 붙들고 취재하는 일이 다반사라, 상상했던 프리랜서의 이미지와 지금 나의 모습이 전혀 다름을 느끼고 있다.

  • 프리랜서로 일하며 가장 듣기 싫은 말

부럽다는 말은 신중하게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천하제일 불행대회 하지 말자. (…)

출퇴근이 정해져 있는 직장인은 출근과 퇴근이라는 행위로 일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반면 집에서 일하는 데다 특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고 컴퓨터로 일하는 분야의 프리랜서는 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직업(그래픽 디자이너) 특성상 컴퓨터를 멍하니 보고 있는 시간이 많다. 이 시간은 노는 시간이 아니라 작업물을 구상하는 시간인데, 집 책상에 앉아 멍하니 있으니 단순히 논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아니, 지금 그 말 하는 너보단 잘 벌 거든?)

물론 회사에 다닐 때보다 내 시간을 자유롭게 나누고 배치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한가하게 늘어져 있거나 놀러 다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자유를 생각하고 프리랜서가 되기를 결심했다면 금세 무너질 거다. 자유는 있지만 쉬기는 어렵다.

꼭 일도 안 주는 지인이 이런 말을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시간이 자유롭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직접 표현하지는 않지만, 약속을 잡을 때 일정을 맞추라는 듯한 은근한 무언의 요구가 있다. 집에서 일한다고 하면 근처라고 잠깐 보자는 사람들도 있고. 나는 분명히 업무 시간인데 말이다. 나의 생활 리듬을 존중하지 않는, 모든 무신경한 말이 싫다. “너는 회사 안 다녀서 좋겠다. 부럽다.” 뭐 이런 말들.

  • 프리랜서가 일을 구하는 방법

알음알음 구한다는 말이 최선인 것 같다. 주로 지인을 통해 클라이언트를 소개받는다. 한 번 일했던 클라이언트가 다른 클라이언트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내가 전담했던 클라이언트가 꾸준히 외주를 준다. 기존 클라이언트를 만족하게 만들고 그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일을 구하는 방법 같다.

아무래도 원래 하던 일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내 경우에는 분야를 약간 바꾼 탓에 원래 하던 일이 프리랜서 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작은 내가 만드는 독립 매거진이었다. 잡지를 만들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연이 이어졌다.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나 일거리가 있을 때 내게 연락을 주더라.

함께 일했던 선배가 직접 일을 주거나 소개해준다. 잡지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낸 그래픽 디자이너가 일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일이 들어올 때도 있다.

직장에서 한 번쯤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지인이 주로 일을 준다. 내가 일하는 방식과 결과물의 퀄리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내게 맡기면 되겠다 싶은 일이 생기면 고민 없이 연락을 준다. 이 지인의 범주에는 직장 동료, 선후배, 상사도 포함된다. 외주 협력사였던 회사의 대표님도 있고. 감사하게도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분들을 통해 일을 구해 먹고산다. 프리랜서와 업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도 기웃거려 봤는데 페이가 맞지 않아서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하는 방식은 지양한다.

거의 소개를 통해서 일을 구한다. 사이드잡으로 하는 강의의 수강생이 일을 의뢰하기도 하고, 네트워킹 모임에서 만난 사람 혹은 SNS를 통해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지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방문한 사람 중 포스팅한 작업물을 보고 일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주로 지인이 일을 맡겼다. 직접 일을 주거나 지인의 지인이 일을 주는 식으로. 요즘은 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보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 외주 계약 시 꼭 체크하는 것

클라이언트 내부 의사 결정 단계

클라이언트의 조직 구조가 복잡해 담당자가 프로젝트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경우, 작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나는 성격이 못난 탓에 프로젝트가 길어지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기 전, 클라이언트 내부 의사 결정 단계를 점검한다.

  1.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디자이너 특성상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의뢰가 들어온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디자인할 수 있는 영역인지, 톤앤매너를 맞출 수 있는지 등

  1. 페이는 얼마나 되는지

일을 수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페이다. 작업 종류와 양에 따라 스스로 정한 페이가 있다. 생각한 것보다 예산이 낮은 경우에는 예산을 높여달라고 요청한다. 예산 조정이 어려울 때는 예산에 맞춰 시안 수정 횟수를 제한하거나 퀄리티를 조절한다.

페이! 페이! 페이!! 

페이가 정해진 후에는 과업 내용과 일정,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누구인지, 이 일이 나의 경력으로 쌓이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등을 생각한다.

일의 내용과 기간, 예산과 비용 지급일을 챙긴다. 진행비(인건비를 제외한 실비)는 별도인지, 사진과 편집 디자인은 누가 하는지 체크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일하는 과정을 핸들링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일을 소개해준 사람 또는 직접 매니징할 사람과의 관계

상호 신뢰가 있는 사람과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내 능력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과 일하는 게 더 피곤하다. 홍보대행사에서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내놓은 결과물을 믿어주는 사람은 나에게 수정을 요청하기보단 클라이언트를 설득한다. 그런데 프로젝트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일을 진행해서 아예 새롭게 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거나, 분명히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음에도 끝없이 수정 요청을 하는 사람과 일할 때 꽤 힘들었다. 그런 사람과 일하면 약속된 일정이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나와 나의 일을 잘 이해해주는 담당자인지 먼저 확인한다. 여기에 일정, 페이, 클라이언트의 클라이언트를 체크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지도 확인한다. 실질적인 계약 절차에서는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은 질문한다.

본업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까다롭게 일을 받는다. 지루해 보이거나 단가가 낮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거절한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일 자체가 재미있는지, 페이는 충분한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처음부터 느낌이 좋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과업 내용과 기간, 페이와 지급 일정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계약 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견적서다. 나는 일을 최대한 세부적으로 나눈 후 견적서를 작성한다.

  • 나의 작업실, 그리고 좋은 작업실의 조건

주로 집에서 일하고, 가끔 카페에 가기도 한다. 노트북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 굳이 나에게 더 좋은 환경을 찾는다고 한다면, 멜론 실시간 차트 언저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음악이 나오며 흡연실이 잘 갖춰진 곳이다.

주로 내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한다. 손님이 없을 때 틈틈이 일하지만, 효율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나에게 이상적인 작업실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먼저, 고성능 장비가 손 닿는 범위에 있어야 하고 온도는 섭씨 25도, 습도는 40%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 이외의 일(식사 등)을 하는 공간과도 가까워야 한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요소도 완비되어 있으면 좋다. 예를 들어, 성능 좋은 음향 시설과 영상 시청 장비, 다양한 게임과 멀티미디어 타이틀, 일렉트릭 기타와 앰프, 드럼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무엇보다 작업의 흐름이 끊기는 외부 요인이 없어야 한다.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공간에서 하는 작업이 수월하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을 텐데, 집에서 혼자 일하면 마감이 코앞에 닥친 게 아닌 이상 잘 안 된다. 혼자라 아무도 날 감시하지 않거든. 침대가 날 부른다고. ‘여기 누워~’ 침대 님의 말씀을 귓등으로 들으면 안 되잖아? 그렇다고 회사 사무실에서 일하면 누군가 감시하는 느낌이 들고 커피라도 한잔하려면 눈치 보여서 싫다. 나는 적당한 백색소음이 있는 층고 높은 카페가 잘 맞는다. 다들 일하고 있어서 내가 누울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일의 진도를 얼마나 나갔는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익명의 공간.

 

카페를 고를 때 내가 중요하게 보는 건 음악이다. 아이돌 음악만 나오거나 멜론 탑텐, 빌보드차트를 틀어주는 카페라면 아무리 커피가 맛있고 의자가 편안해도 견딜 수 없다. 그건 도저히 백색소음이라고 하기 어렵다. 나는 재즈(특히 보사노바)나 클래식, 알 수 없는 제3세계의 음악(어차피 무슨 말인지 안 들림)을 틀어주는 카페가 좋다. 진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아이돌 음악을 틀면 화까지 치밀어 오른다. 카페 대중음악 포비아라도 있는 것 같아.

주로 집에서 일한다. 5평 정도 되는 작업실을 갖는 꿈을 꾼다.

주로 집. 침실에 책상을 두고 일하는데, 침대의 유혹에 질 때가 많다.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과 불가피하게 대화를 시작하면 일의 리듬이 깨지는 경우도 많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업실은 독립된 공간이면서 일과 시간 내에는 전혀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다. 생활 공간과 분리되어 있으면 더욱 좋다. 온도와 습도는 완벽한 제습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뽀송뽀송한 26도 정도. 잠도 잘 오는 온도라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 독립된 공간이 있어야 안정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고양이. 아 물론 고양이가 내 작업실에 있으면 엄청나게 방해하겠지. 방을 나서면 거실에 고양이가 있어야 한다. 나에게 고양이는 일하다 지칠 때 심적으로 안정을 주는 존재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펜이 있어야 한다.

주로 집에서 일한다. 답답하거나 너무 더울 때는 자주 가는 북카페에서 일한다. 집에서 일하더라도 잠자는 공간과 작업 공간은 구분되어야 한다. 그래서 거실을 작업실로 꾸며놨다. 작업실은 나에게 맞는 공간으로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작업실을 구상할 때 어떤 책상을 살 것인지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키가 작아 일반적인 책상은 늘 불편했다. 그래서 내 키에 맞출 수 있는 높낮이 조절 책상을 샀다. 하늘이 잘 보이도록 창도 신경 썼다. 집안일이 쌓여 있는 주방은 등지고 창밖이 잘 보이도록 책상을 배치했다. 햇볕이 잘 들어서 너무 좋지만, 가끔은 너무 뜨거워서 집 안에서 모자를 쓰고 일한다.

작업실을 내 마음대로 세팅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업실은 조용하고 햇볕이 들고 초록(식물)이 있고 모니터가 눈높이와 맞으며 책상이 넓고 의자가 편해야 한다. 지금 작업실은 어느 정도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셈이다.

  • 본 기사는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창간호에 게재된 기사이며,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발행처인 더스토리B에 저작권이 귀속되어 있습니다. 그루그루 웹진을 제외한 다른 사이트에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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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_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 & 에디터 
          프리랜서의 느슨한 연대를 꿈꿉니다. 
–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발행인 및 편집장
–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공동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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