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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화. 고양이들의 발라당

고양이들의 발라당

나는 길고양이를 챙겨주며 고양이를 알게 되었기에 녀석들의 애교를 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 기대도 안 했다고 하는게 맞겠다. 집에서 키우시는 분들처럼 아기 고양이 때부터 돌봐야만 가능한 일인 줄 알았고 처음 알게 된 냥이인 흰 까미 역시 밥 줄 때도 슬금슬금 다가오다 먹을 것을 물고는 몇 미터의 거리를 두고 있는 등 경계하는 모습이었기에 말이다. 또 길고양이들은 길 위에서 살아가기 위해 본의 아니게 성격이 소심하거나 까칠한 줄로만 알았다.

길고양이 “이뿐이”

 녀석들을 매일매일 만나면서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한 달, 두 달..점점 시간이 지나며 녀석들이 밥을 주는 엄마와 나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녀석들의 새로운 모습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보게 되었다. 밥시간에 맞춰 기다리다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전속력을 다해 서로 내가 먼저 갈거라며 앞다투며 버선발로 뛰어서 마중 나오는 모습. 밥을 먹고 나서도 더 달라고 혹은 더 맛있는 간식 달라고 엄마와 내 앞에 떡 버티고 앉아서 간절한 눈빛을 쏘아대는 모습.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그 간절한 눈빛 거두고는 휑하니 가버리거나 삐쳐서 조금 거리를 두고는 내게 등을 보이며 앉아 있는 모습. 밥을 잘 먹다가도 갑자기 뭐에 꽂힌 듯 저 멀리 뛰어가서는 흙을 파내고 꼬리를 45도 각도로 곧추세워 힘을 주고 똥을 싸고는 다시 와서 밥을 먹는 모습. 밥을 다 먹은 후 기분이 좋은지 나무에 발톱을 벅벅 긁어대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거나 빛의 속도로 꽤 높은 곳까지 나무를 타는 모습. 우리 집을 알아두려는 것처럼 밥 다 먹은 후에 엄마와 나를 미행하듯 뒤를 밟는 모습. 그렇게 미행할 때나 혹은 마중 나왔다가 밥 먹는 자리로 이동하는 도중에 엄마와 내 눈과 마주치면 급 발라당을 하는 모습 등등..알면 알수록 도도하고 매서워 보이기도 하는 겉모습과는 달리 아주 상반된 의외의 소위 예상을 깨는 행동을 하여 빵 터지게 한다. 그래서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의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웃게 하는 건 녀석들의 발라당이었다.

길고양이 “흰까미”

거친 길 대신 내가 좋아하는 곱고 부드러운 꽃길을 만들어줄게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웃게 하는 건 녀석들의 발라당이었다. 내가 아는 한 발라당은 고양이 애교 중 하나라고 알고 있는데 어떨 때 보면 등이 간지러워 부비적대나?..란 생각도 들기도 하고 또 어떨 때 보면 특히 명랑이의 경우 다른 녀석에게 쫓기거나 했을 때 분이 덜 풀렸을 때도 발라당을 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잘 걷다가도 갑자기 벌러덩 드러누워서는  다리를 쩍 벌리고 데굴데굴 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런저런 인생사로 굳어져 있거나 건조했던 상황이라도 ‘하하하’ 웃음이 터지고야 만다. 그런 나를 웃게 하는 녀석들의 발라당을 사진으로 담아두었는데 ‘그 즐거운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서 남기자!’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애들이 늘 발라당을 하는 곳은 거칠거칠하고 딱딱하고 더럽기도 한 아스팔트나 흙 땅 위. 아무리 길 위에서 사는 녀석들이라지만 내가 아는 한은 무척 깔끔한 걸 좋아하는 게 고양이라는데 나와 엄마에게 이쁜 짓을 하기 위해 어디든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드러누워 뒹굴뒹굴하는 녀석들에게 길 대신 ‘내가 좋아하는 곱고 부드러운 꽃을 더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꽃 위에 발라당을 하는 녀석들을 담아 보았다.

길고양이 “명랑이”

Credit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https://blog.naver.com/2000tomboy
           그림작가이자 길고양이들의 다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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