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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3화. 진달래 만발한 어느 봄날에 만난 너를 추억하다.

소녀와 검은 고양이가 맛있는 케이크가 즐비한 제과점 앞에 서서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다.

이 녀석은 진달래가 만발하던 어느 봄날 가족들과 북한산에 등산 가서 만난 녀석이다. 사패 능선에 도착한 우리는 바위 위에 앉아 집에서 마련해 간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한참 밥을 먹는데 엄마가 밥 먹다 옆을 보시더니 “으악!”놀래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웬 검정고양이가 우리 옆에 와서 앉아있는 게 아닌가. 산꼭대기에서 고양이,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올블랙 냥이를 만나다니…밥 먹는 우리를 열심히 쳐다보는 녀석을 그저 바라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도시락 반찬이라고 해봐야 주꾸미 볶음, 구운 스팸 햄, 진미채볶음뿐이었다. 고양이에 관해 자세히 모를 때이기도 했지만 주꾸미 볶음 진미채볶음은 둘 다 고춧가루가 들어갔고, 스팸 햄은 너무 짜서 녀석 먹기에 적합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래도 뭐라도 줘야 할 것 같아 주꾸미 볶음의 양념을 최대한 털어 녀석에게 건네니 녀석이 잘 먹는다. 
엄마가 마지막 남은 주꾸미를 입에 넣고 한두 번 씹는데 이 녀석이 쳐다본다. 녀석의 시선에 엄마는 그 주꾸미를 차마 드시지 못하고 꺼내어 녀석에게 주셨는데, 녀석이 먹지 않는다. 하핫. 먹던 것은 먹지 않는 것이 고양이의 습성인 건지 아님 이 녀석이 자존심이 센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무안한 엄마는 “야아. 나 너 무시해서 씹다가 준 거 아니야. 마지막이고 네가 너무 걸려서 차마 못 먹고 준 건데… 그래도 뭐 네가 싫다면 어쩌겠냐. 짜식.”
하며 바위 위에 놓아둔 주꾸미를 치우셨다.
그렇게 우리의 식사가 끝났고 안 하던 등산에 배도 채웠겠다 노곤해진 우리는 잠시 낮잠을 청할 요량으로 돗자리에 누웠다. 
이쯤 되면 녀석이 제 녀석 갈 길을 가겠지 했는데 웬걸 녀석은 뚝심 있게 버티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모두가 낮잠을 청하는데 그런 녀석의 모습이 귀여워 나는 눕지 않고 앉아서 녀석을 지켜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카메라가 익숙한 걸까. 찰칵찰칵 소리에 귀를 연신 팔랑이면서도 녀석은 퍽 호의적인 눈빛과 태도로 마치 밥값을 하듯 선뜻 모델이 되어주고 있었다.
한참 졸던 녀석이 내가 심심해 보였을까? 웬일로 바위 위로 올라와 내 옆쪽 가까운 곳에 앉았다.
그전에 바위 위로 음식을 주며 유인해도 음식 물고 바로 내려가서 먹던 녀석이 스스로 바위 위로 올라와 내 곁에 앉다니 너무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나가는 이 하나 없고 다른 식구들은 살짝 잠이 들어 주변은 고요했고,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불었다. 

마치 시공간에 나와 그 냥이 녀석만 존재한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녀석과 나 둘만이 깨어 있는 상태로 고요히 있던 10여 분의 시간. 참 평화로웠다.
녀석이 우리 곁에 머문 시간은 총 40여 분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던 녀석이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정식 산행로 쪽으로 향한다. 
아까 처음 만날 때는 정식 산행로가 아닌 바위 밑 땅 방향에서 올라왔는데 말이다.
마지막 인사를 하듯 나를 한참 바라보다 발길을 돌린 거지만 녀석이 진짜 가는 건가 내게서 멀어져 가는 녀석이 실감이 가지 않고 아쉬운 나는 얼른 카메라로 그 모습을 찍으며 외쳤다.

“냥아!! 가는 거야? 정말 가는 거야?” 

터벅터벅 진달래 가득한 산행로 저 편으로 멀어져 가던 녀석이 내 외침을 듣고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본다. 거리가 꽤 있었고 검은색 털을 가진 녀석이라 그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이 한참을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런 녀석의 뒷모습에 대고 나는 “냥아. 그래! 잘 가렴! 다음에 오면 또 만나자! 조심히 가고 잘 살아야 해!!”하고 인사했더니, 녀석 가던 길을 멈추고 한 번 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아까보다 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내려가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아쉬운 마음에 녀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그 여운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때마침 지나가는 이 하나 없고, 나를 제외한 식구들 모두가 잠이 들었기에 마치 그 시공간에 나와 그 냥이 녀석만 존재한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너무 서운하고 아쉬웠을까..
녀석이 가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서 한참을 훌쩍였다. 사실 녀석과 같이 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생각도 안 했다가 동물을 키울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인연이 돼서 말이지..’
하지만 반려동물은 아무나 쉬운 마음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정말 자식이 생긴 것과 같이 생각해야한다는 게 내 평소 생각이라..그 짧은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아이를 만약 데리고 간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내가 그런 능력이 과연 될까?’

‘이 산에 이대로 두는 건 아니지 않을까??’

‘아니야. 산 밑에 식당이 많은데 그 식당 냥이가 놀러 온 것일 수도 있잖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은 이런 내 고민을 해결해 주듯 떠날 이는 떠나야 한다는 듯이 내 곁에서 한참 졸다가 기지개를 켜고 나를 한참 바라보다 산행로로 발길을 향했던 거다. 
더 신기했던 건, 보통 짐승들은 먹이를 주면 먹다가 먹이 떨어지면 외면하거나 가던 길로 가는 게 보통인데 이 녀석은 한참을 내 곁에 있었고, 또 어디론가 발길을 향할 때는 잽싸게 가는 게 보통일텐데 천천히 걷다가 내가 부르니까 뒤를 돌아보며 내 인사에 답하듯 한참을 바라보는 일을 두 번이나 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기억에 영원히 남을 듯싶다.
녀석과 나는 어쩐지 전생에 연이 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 녀석을 언젠가 모델로 그림에 담아야지 마음먹었고, 이렇게 그림에 담게 되었다.
녀석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Credit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https://blog.naver.com/2000tomboy
          그림작가이자 길고양이들의 다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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