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인터뷰) 작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상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서예요

그루가 만난 한국의 예술가들

Grooterview, 여섯 번째 아티스트 :  이서희 (Mong Sang)

“작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상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서예요.”

’21세기의 여성이자 화가’로서 여성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

Grooterview와 여섯 번째로 함께해 주신 분은 이서희 작가님입니다.

이서희 작가님은_

  2016년 KUNST LAAP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시작으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작업을 이어 온 오늘의 젊은 화가입니다. 작업의 주요한 테마는 ‘여성’으로, 초기엔 스스로에게서 포착한 감정을 여성 인물을 통해 구현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작가의 관심은 개인을 넘어 사회로까지 확장되어, 여성을 둘러싼 낙인과 금기, 불평등에 대해서도 작품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최근 작업에선 여성을 묘사하는 데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ternal, Oil on canvas, 2021, 53 x 45.5 (cm)

Blind , Oil on canvas, 2020, 90.9 x 72.7 (cm)

  이서희 작가님이 그리는 여성은 아무 데도 없는 동시에 어디에나 있는 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뜻 보면 독특한 차림새에 환상적인 생김새 때문에 이세상의 사람이 아닌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일렁이는 감정과 폭발 직전의 가능성은 지금 여기의 여성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여성을 빛나는 상상력과 놀라울 만큼의 디테일로 창조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그루가 인터뷰해 보았어요. 21세기의 젊은 여성 화가로서 이서희 작가님이 품은 고민과 앞으로의 다짐은 어떤 색깔과 모양일지 함께 지켜봐주세요!

Q. 안녕하세요, 이서희 작가님! 우선 작가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 드릴게요. 

  어딘가 깊이 잠겨 사유하는 눈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때론 공감이 되어주며, 세상에 대신 소리 내어주는 주체적인 여성을 그리는 작업을 합니다.

Q. ‘MongSang(몽상)’이라는 작가명을 사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있는 듯한 작품 속 인물들과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와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작업 초기에 슬픔, 공허, 무기력을 ‘미지의 감정’의 소재로 사용하여 이야기를 풀곤 했어요. 그 감정들은 ‘몽상’을 함으로써 생겨났고요. 그 이후로 ‘몽상’이라는 단어와 제 작업의 결이 이어진다고 생각해서 그와 같은 이름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Q. ‘몽상’이 작업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4년 전 한 인터뷰에서는 미지의 감정 중에서도 특히 ‘슬픔’을 작품의 주제로 삼곤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어떤 감정을 주로 작품에 표현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의 작업은 순전히 제 감정에서 비롯되었어요. 대개 공허함을 소재로 그리곤 했죠. 그러다 점점 제 성격과 가치관, 스타일이 확고해지다 보니 예전의 우울한 소재에서 벗어나 작품을 통해 저 스스로와 보는 이에게 좋은 영향, 신선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평소에 항상 관련하여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불평등이나 여러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삼아 작업 하고 있어요. 대중들에게 작품을 통해 선하고 부드럽지만 그럼에도 강한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Burn, Digital, 2020

Trun on, Oil on canvas, 2021, 90.9 x 72.7 (cm)

Q. 소재는 개인적 감정에서 사회적 문제로 확장되었지만, 이전부터 작가님의 작업엔 꾸준히 여성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작가님에게 ‘여성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언제부터 여성이 작가님의 주요한 테마로 자리잡게 되었나요?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창작자로서 여성을 그리는 데 더 애정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네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아요. 작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와 움직임을 담아내어 세상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서예요.

Q.  지금 여기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동안 느끼고 겪은 바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쌓인 것이네요. 그렇다면 여성으로서 여성을 그리는 데 있어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지점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있나요?

  세상이 여성에게 바라는 특정한 외적 이미지를 탈피한 모습과 분위기를 담아내려 노력 중이에요. 성별이 뚜렷하게 구별되게 그리기보다 대상이 모호하고 중성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사회적으로 강요된’ 여성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는 시각예술 뿐만 아니라 문학 장르, 음악 산업 등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죠. 작가님이 소개에서 ‘주체적인 여성’을 그리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이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여성의 ‘주체성’이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고여있던 남성의 권위나 가부장의 굴레에서 벗어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하고, 남성이 아닌 ‘나’를 위해 인생을 일구어내는 모든 여성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Wildflowers/잡초, Oil painting, 2020

Life , Digital, 2020

Q.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식물이 인물과 함께 묘사되는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식물이 여성과 하나가 되거나 여성에게서 자라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어떤 이유로 반복적으로 식물을 인물과 나란히 두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 둘 사이에 작가님만의 연결 고리가 있는 걸까요?

  식물이 물과 햇빛을 통해 시간에 지남에 따라 끝없이 자라는 것처럼 여성도 멈춰있던 시대를 통과하며 발전하고 새로운 발돋움을 한다는 점에서 식물과 여성의 결이 같다고 느꼈어요. 둘 사이의 강한 공통점이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여성과 식물을 병치하는 작업을 하게 됐죠.

Q. 또 다른 인상 깊은 점을 꼽자면 작품 속 인물들이 메이크업이나 악세사리, 헤어 등의 면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덧입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측면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원래 독특한, 굴곡진 쉐입을 가진 액세서리나 오브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여러 작가들의 인물사진과 화보를 보며 감각을 키우는 연습도 하고 있고요.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고 배우는 동시에 나만의 색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작업의 과정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그 일련의 과정을 작품에 잘 녹여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Fresh start, Oil on canvas, 2020, 61 x 73 cm

Q. 작업은 주로 어떤 재료나 도구와 함께 진행하시는지, 그 재료와 도구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9년도까지만 해도 수채화로 레이어를 얇게 겹쳐 두터운 질감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너무 한가지 재료에만 고여있다 보니 추구하는 입체적 표현이나 깊이를 담아내는 데에 있어서 갈증을 느꼈어요. 그 후 유화와 디지털을 병행하여 작업 중입니다. 그 두 가지 매체의 경계를 허물어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하고 있어요. 창작자가 자신이 지닌 여러 결을 새롭고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다는 건 일종의 도전 같아요. 지금의 기법을 작업에 충분히 녹여낸 후 천천히 또 재료들을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Q. 작업의 모든 과정 중 가장 즐거울 때는 언제인가요?

  작업의 시작과 끝이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시작하기 전 아이디어 구상 단계가 가장 설레고, 작품이 만족스럽게 다 끝났을 때의 기분은 사실 말로 형용할 수 없어요. 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제가 느꼈던 모든 희로애락이 작품에 모두 스며들어 있어서, 마냥 완벽하게 즐겁다고 정의 내릴 순 없지만 큰 행복감을 느끼는 건 확실해요.

Q. 작업의 모든 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케치와 디테일의 표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 뼈대를 제대로 잡아놓아야 채색 작업을 하면서 안 생기고, 구상했던 대로 작업을 마칠 수 있어요. 물론 작업 중간에 즉흥적으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창작하는 데 있어서는 ‘기초’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테일은 작품이 주는 힘 자체, 감히 ‘완성도의 심장’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꽂히는 작품인가 아닌가는 디테일의 유무로 나뉘기 때문에 저의 작업에서도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Ocean lamp, Digital, 2020

Conch shell lamp, Digital, 2020

Q. 작가님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촘촘함과 세밀함의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어떻게 작업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완성한 작업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님은 작업을 알리는데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나요?

  SNS 밖에 사용하지 않아요. 그 외에 어떤 식으로 알려야 하는지 제대로 된 지식이 없기도 해요. 예전엔 인맥을 넓히기 위해 여러 작가들을 만나보는 등의 노력도 했었지만, 결국 SNS의 파급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SNS 활동을 주로 하게 됐어요.

Q. 작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한 것 같으니 작가님 개인에게 짧게 질문 드려 볼까 해요. 요즘 작업 외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책 읽기와 운동입니다. 오래오래 작업하기 위해선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할 수 잇는 한 하루라도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Q. 그럼 꾸준한 작업과 책읽기, 운동으로 다져진 20년 뒤의 이서희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세요?


  20년 뒤라면 4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겠네요. 아마 큰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지금처럼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지금보다 큰 무대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 직업적으로 교류하며 지내고 있기를 바라요. 또 넓은 작업실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 완숙되고 단단한 작품을 만드는 여성 화가로서 인정 받고 있길 바라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 명의 창작자가 자신의 세계를 넓혀 나가고 확장된 세계를 작품으로 바꿈하는 멋진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여성’ ‘창작자’라는 중첩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고민들을 어떻게 작업에 녹여내었는지 들을 수 있었죠. 특히 여성 창작자에게 새로운 자극과 도움이 되었을 인터뷰가 아닐까 싶어요. 이서희 작가님이 화폭 안에 일으켜 세운, 또 앞으로 일으켜 세울 여성들 한 명 한 명을 들여다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성에 대해 다르게 상상해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고요. 무엇보다 작업 전반에 대한 여러 질문들에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답해주신 작가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 이서희 (Mong Sang)

beth8956@naver.com

What do you think?

48 points
Upvote Downvote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Loading…

0

(연재)프리랜서 심리 상담소 : 무기력을 이기는 방법

Today Artist _ Molly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