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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내기에 그림만한 좋은 매체도 없는 것 같아요

그루가 만난 한국의 예술가들

Grooterview, 일곱 번째 아티스트 :
댄싱 스네일(Dancing Snail)

“치유의 시작은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내기에 그림만한 좋은 매체도 없는 것 같아요.”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아는 이 시대 “찐” 일러스트레이터

댄싱 스네일 작가님은_

  [적당히 가까운 사이], [게으른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등 따뜻한 일러스트가 담긴 감성 에세이를 시작으로 꾸준히 글과 그림을 병행하며 작업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미술치료사 같은 역할과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 시장의 변화를 위해 누구보다 먼저 목소리를 내주는 일을 하고 있다. 

Q. 안녕하세요, 댄싱스네일 작가님! 우선 작가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작가 댄싱 스네일입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오랜 무기력증 극복의 기록을 담은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와 다양한 인간관계에서의 고민을 담은 《적당히 가까운 사이》가 있으며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었습니다. 《아주 단순하고 사소한 기쁨》, 《고양이 마음 사전》, 《더 포스터 북 BY 댄싱스네일》 등 다수의 도서에 일러스트를 그렸습니다. 그 외에 여러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굿즈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표지 작업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셨어요. 그 외에도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그냥 흘러 넘쳐도 좋아요>의 표지 작업을 하셨고요. 작가님의 그림이 에세이의 톤과 잘 어우러져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느낌입니다. 표지 작업을 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기울이시나요? (각 책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경우 표지 채색을 완성한 이후에 업체의 니즈에 따라 결과물 전체를 뒤엎기도 했는데요. 이후 재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요소의 구성, 색감의 배치 등을 여러 번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업체와 저의 의견이 합치되는 지점에서 완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서의 제목에 ‘죽음’이라는 워딩이 강렬하고 다소 무겁게 인식될 수 있어, 그림에서는 높은 채도와 강한 색감 대비로 생동감을 주도록 의도했습니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의 경우에는 기존에 그려두었던 개인작업물을 대부분 활용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기존의 그림들과 톤을 같은 결로 맞추면서 추가로 표지와 몇 컷의 내지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표지는 심플하면서도 제목이 주는 뉘앙스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하는데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의 경우는 기획부터 클라이언트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작업이었는데요. 도서의 내용이 저자가 여러 책을 통해 얻은 통찰을 엮은 것이라, 책을 읽는 다양한 모습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듯 표현하였습니다.

Q.작가님의 그림은 부드럽고 아늑합니다. 이불처럼 덮고 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요. 휴식과 위로의 그림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힐링 콘텐츠와의 접점이 계속 생기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기까지 어떤 시행착오들이 있었나요? (쭉 지금과 같은 스타일을 이어오셨는지, 여러 스타일을 다양하게 시도하셨는지, 지금의 스타일을 정립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유롭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기질적으로 예민한 성격을 가진 데다 다소 억압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기억이 있습니다. 또, 보통 사람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느린 경향이 있는데, 뭐든지 빨라야 하고, 흥이 넘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따르며 살아나가는 것이 저에게는 늘 버겁고 지치기 쉬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남들과는 어딘지 다른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게 되었고, ‘쉼’이라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기본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쉽게 소진되고, 쉬어도 쉬어도 쉼이 필요한 사람이라 그런지 휴식과 관련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림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었고요.

스타일의 시도를 얘기하자면, 작업 초기에는 다양한 재료를 모두 사용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나와 가장 잘 맞는 재료를 찾고 싶었고 모든 재료가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끌리고, 편안함을 주는 텍스쳐를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과슈와 유성색연필로 좁혀지게 되어 지금의 그림 스타일이 굳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과슈화는 언뜻 보면 유화의 텍스처와도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작업하기에 유화는 재료의 사용방법, 보관, 비용 면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재료라서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과 쉬더라고요.
이처럼 재료의 사용 면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그림의 주제는 처음부터 ‘쉼’과 관련한 것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또 모든 감각과 감정을 예민하게 포착하며 생활하는 데서 느껴지는 피로감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느껴온 무기력이나 우울, 불안과 관련된 특정 감정은 부정적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서,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은유적인 화면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어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림보다는 보는 이가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그림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작가님의 일러스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대중적으로 알려진 제 그림스타일의 시초가 된 그림인데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제목의 라인드로잉을 좋아합니다. 오래 묵혀오기만 했던 무기력한 감정을 처음으로 타인에게 내보이기 시작한 그림이라서요.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점, 나를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저에게 의미가 있는 그림입니다.

 

Q.표지 작업 이후에는 작가님 본인의 그림 에세이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도 출간하셨어요. 오랜 시간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겪으며 알게 된 마음 충전법을 사람들에게, 또 과거의 나에게 전하고자 쓴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작가님의 책을 읽고 위로를 받기도 했고요. 기억에 남는 책 리뷰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가볍고 뻔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공감되는 깊은 메시지들이 많았다’는 식의 리뷰들이 좋았어요. 무기력증과 우울증은 절대다수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는 아니거든요. 같은 이야기인데도, 비슷한 증상을 경험해 본 사람과 아닌 사람이 느끼는 지점의 폭이 크다고 느꼈어요. 어쩌면 그게 제가 의도했던 것이기도 하고요. 무겁게도, 가볍게도 읽혀야 했어요. 작가로 생계를 이어가려면 다수의 공감을 얻는 일도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비슷한 경험이 별로 없었던 분들이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흥미롭네’ 정도로 읽어주시는 것도 좋았고, 증상을 겪어보신 분들은 제 글과 그림의 숨은 의미를 더 깊게 공감해 주시고, 도움을 받으신 것 같아 그 또한 좋았습니다. 책을 빠르게 훑으면 가볍고 유쾌하게만 느껴지기도 할 거예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기에 독자가 편하게 소화할 수 있게 하기 위에 그림에는 위트를 많이 담으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가벼운 내용의 그림 에세이다’라는 평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 너머의 의미까지 알고 계시는 독자님을 가끔 만날 때 무척 반갑습니다. 

Q.작가님은 그림과 마음의 상관 관계에 관심을 갖고 미술 치료사로도 활동하셨잖아요. 그래서 그림으로 위로를 건네는 데 정통하신 것 같기도 해요. 그림을 보고 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어떻게 자기 치유에 도움이 되는 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상처가 많은 사람들은 자기 표현을 할 때 방어가 커요. 어른들은 더 그렇지요.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아요. 어쩌면 어른도 아이처럼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 도화지 위에서인 것 같습니다. 그림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도 다양한 색으로 덮거나 형체를 분해해서 유연하게 전달할 수 있거든요. 치유의 시작은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내기에 그림만한 좋은 매체도 없는 것 같아요.

 Q. 1년 전부터 유튜브로 하고 계십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회 변화에 빠르게 탑승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이미지에서 영상매체로 SNS 시장이 변화하는 흐름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하게 될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시작은 꽤 늦었던 것 같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1년 동안 신중히 고민하고, 1년 동안은 계획만 세웠거든요. 한편으로 책을 쓰면서 작업 과정이 많이 힘들었는데, 책의 팔림세라는 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크고 일러스트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수익이 불규칙하거든요. 그래서 그 불안감을 나눌 수 있는 큰 파이프라인을 하나 더 만들기로 한 것이죠.

Q. 다양한 주제로 영상 작업을 하시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건 ‘계약서 쓰기 전 단가 협상 팁’, ‘저작권 양도계약서 써도 될까? 안 될까?’ ‘그림 인스타그램 관리법’ 등 예비 일러스트레이터나 현직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에요. 평소 일러스트 시장의 전반적 관행에 대해 목소리를 낼 창구를 찾아오셨던 걸까요?

그렇기도 하고, 원래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요.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 내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 중에서도 제가 직접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 부당한 상황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제가 아는 정보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요.

Q.일러스트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댄싱스네일 작가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여럿작가님들의 마음을 대변해주시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롤모델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현재 일러스트레이터 시장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과 앞으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을까요?

어느 분야나 시장원리를 따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소수의 독과점인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업계도 예외가 아니지요. 이름이 알려진 소수의 작가에게 일이 몰리고, 대우의 차이도 큽니다. 시작하는 작가들에게는 꽤 가혹한 시장인 것 같아요. 이런 현상은 아직은 개인 간의 경쟁 밖에는 달리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지만, 적어도 저작권, 최저 작업료에 대한 공공연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든 끝까지 버티는 자만이 살아남는 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치더라도, 그 버티는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위협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느끼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 자신의 실력을 탓하며 연결짓기보다는, 사회가 제공해야 할 기본적 역할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요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표지를 비롯해서 다양한 외주 작업을 받으실 텐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외주 작업을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중점을 두는 것은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의 니즈입니다. 콜라보레이션 작업은 혼자만의 창작이 아닌 전문성을 제공하는 일종의 용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의뢰 업체의 의견을 잘 수렴하되, 최상의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도록 작가로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외주 작업을 할 때는 나의 그림이 예술품이자 동시에 시장에서 먹히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잘 만들어내는 게 일러스트레이터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Q.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지금까지는 사람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인물을 통해 주로 표현해 왔는데요. 요즘은 사람보다는 식물이나 동물이 더 좋더라고요. 감정을 꼭 사람의 형상에 빗대어 표현해야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더 나아가서는 아예 어떤 형상으로도 특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데까지 생각이 이르렀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에 비해 조금 더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Q.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또 쓰고 그리고 싶으세요?

요즘은 행복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미니멀리즘에 특히 관심이 가요. 우리는 단순하고 행복하기 쉽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다양한 현실에 놓인 다수가 좀 더 내적으로 편안한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쓰게 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 질문인데요, 댄싱스네일을 세개의 해시태그로 표현해주세요.

#느림의미학 #내적풍요 #치유

작가 댄싱 스네일 (Dancing Snail)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ancing.s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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