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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나는 어떻게 프리랜서가 되었을까? : 당신에게 맞는 노동의 환경은 무엇이냐고

나는 어떻게 프리랜서가 되었을까?:

당신에게 맞는 노동환경은 무엇이냐고

writer_이다혜(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 & 에디터)

장거리를 통학하며 매주 발행되는 <씨네21>과 <필름2.0>을 읽는 것이 낙이었던 21살의 대학생은 유명 매거진에 독자를 매료하는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의 삶을 선망했던 것 같다. 공대를 나와 언론고시를 준비했다가, 결국 마케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자유기고가의 삶과는 너무 먼 노선으로 와버렸지만 말이다. 어쨌든, 20대 초반의 나는 ‘언젠가 프리랜서의 삶을 살지 않을까?’라고 어렴풋이 생각만 해봤을 뿐이었다.

프리랜서의 삶을 살게 된 이유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나는 프리랜서, 외주 노동자 혹은 마감 노동자로 살고 있다. ‘어떻게 프리랜서가 되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수년간 있었던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회사를 그만두었던 선택, 좋은 조건의 입사 제안을 거절했던 선택,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던 선택의 순간들 말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야 하는 숙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러한 삶의 방식을 선택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프리랜서가 되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내 선택의 이유를 답으로 적어보기로 했다. 그 좋은 월급을 포기하고 또래보다 적게 벌며 불안한 프리랜서의 삶을 살게 된 이유 말이다.

  2014년 퇴사를 선택했다. 짧은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된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우선 너무 힘들었다. 번아웃이 왔는지 몸과 마음이 지쳐 조직에서 주어진 일을 해나가기조차 버거웠으니까. 버거워진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사람이었다.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 개중에는 에너지를 주는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서로 에너지를 뺏는 소모적인 관계가 형성된 적이 훨씬 많았다. 한번은 직장 상사가 이런 말을 했다. “적당히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게 직장 생활이야. 그게 힘들면 세상 괴로운 게 직장 생활이지.” 나는 적당히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에 적응하지 못했다.

 합리적 질문을 던져도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도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나는 늘 질문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가령 “정시에 퇴근하는데 왜 눈치를 봐야 하죠?”, “제가 왜 주말 출근을 해야 하죠?” 같은 질문들 말이다. 그 연장선에서 “왜 그래야 하죠?”라며 일의 맥락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졌고, 이해가 되지 않는 답이 돌아오면 체기가 올라왔다.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만 하는 구조.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합리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봉인되어야 했다. 그 상황이 내게는 꽤나 버거웠던 모양이다. 

나의 성격과 능력이 교차하는 지점

  대학 입시를 치르고 나는 모 보건대학의 물리치료 학과에 지원했었다. 의료계는 망하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전언에 따른 것이었는데, 점수에 맞추느라 의대 지원은 하지 못하고 의료계에 종사할 수 있는 학과에 지원했던 것이다. 일반대학에 합격하며 물리치료사의 길은 가보지 못한 길이 되었지만, 그 길로 갔으면 어땠을지 종종 상상해보곤 한다. 물리치료학을 공부한 후 평생 물리치료사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며 살았을 테지.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일반대학을 선택한 것이 내게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 다시금 깨닫는다. 

 하나의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체질에 맞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반대다. 나의 호기심은 가보지 않은 길을 늘 궁금해하며 올해와 내년에 하는 일이 달라지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갖기는 어렵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과 아주 작은 교집합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있다면 바로 도전해보는 성격의 사람이다. 그래서 물리치료사처럼 꾸준히 하나의 일만 해야 하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얼마 못 가 그만두거나 일을 계속하며 병들어 갔을지도 모른다.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커리어만 쌓아야 하는 삶이 내게는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프리랜서’라는 노동 형태는 일의 종류, 산업, 노동 방식 모두 꽤 가변적이다. 어떤 날 나는 소셜 마케팅을 하다가 또 다른 날은 웹사이트 기획을 한다. 바다 건너 제주로 날아가 마을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다가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내가 가진 능력과 일이 연결되고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면 분야에 관계없이 나의 노동을 팔고, 일의 범위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은 내가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조직에 속하지 않고 돈을 벌어먹고 사는 일은 고단하다. 일이 없어 불안감에 떨며 버티는 시간, 어려운 문제 앞에서 홀로 밤새며 고민하는 시간을 견디며 나는 혼자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직 안보다 밖에서, 하나의 일보다 여러 종류의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최적화된 노동의 환경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조직 밖에서의 노동을 선택했다. 

 결국 ‘어떻게 프리랜서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거다. 나에게 최적화된 노동 환경을 따라가다 보니 프리랜서라는 형태로 노동하게 되었다고. 이것이 지금까지 해온 나의 노동을 돌이켜보며 내린 결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창간호에 게재된 기사이며,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발행처인 더스토리B에 저작권이 귀속되어 있습니다. 그루그루 웹진을 제외한 다른 사이트에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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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_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 & 에디터 
   프리랜서의 느슨한 연대를 꿈꿉니다. 
–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발행인 및 편집장
–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공동 진행자

credit 글쓴이 이다혜(프리낫프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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