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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1화. 아늑함이라는 선물

길고양이의 존재를 제대로 알게 해 준 내 첫 고양이 ‘흰까미’와 그 아들 ‘이뿐이.

1년여간 내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준 녀석들..

2월에 만나 너무 추운데 오들오들 떠는 흰까미와 이뿐이를 보며 먹거리 조금 챙겨주는 것 외에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그림에서라도 따뜻하고 아늑한 방을 녀석들에게 선사하고 싶어 이 그림을 그렸다. 그 후로 흰까미와 같이 꽃비를 맞으며 봄을 보내고, 뜨거운 볕과 자주 내리는 장맛비에 동동 거리며 여름을 보냈다. 예쁜 낙엽이 물드는 가을을 같이 보내고, 발이 시려 동동거리고 내리는 흰 눈을 같이 맞으며 그 해 겨울을 보내고 두 녀석은 사라졌다. 후에 아부지가 먼 타 동네에서 찍어 오신 사진 속에 흰까미가 우연히 담겨 있는 걸 발견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동네가 어딘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지만 녀석이 어딘가에 잘 지내고 있구나 확인했기에..

지금도 잘 지낼 거라 믿고 있다. 
1년여간 내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준 녀석들.

고양이를 잘 모르던 내가 녀석들을 통해 동네에 다른 고양이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고양이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며 나는 녀석들에게 반해버렸다. 차차 그림에 담으면서 더 깊이 녀석들을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면서 행복했지만, 줄 수 있는 건 고작 한 끼 먹거리. 더 줄 수 없는 나의 현재가 마음 아팠고, 바람처럼 훌쩍 떠나는 녀석들에 대한 아쉬움이 그득해져 갔다.

그 아쉬움 때문에 그림에 더 열심히 담았던 것 같다. 내게 누군가 왜 그렇게 녀석들을 그렸느냐, 무엇이 계기였냐 묻는다면 너무 사랑스럽고 다정한 녀석들이 나의 기억 속에만 있는 것이 안타깝고 아까워서인 것 같다. 내가 그나마 가장 잘하는 일인 그림으로, 그림 속에서만큼은 녀석들에게 귀한 것, 예쁜 것 다 해줄 수 있기에 나는 그림에 내 아쉬움을 담고 있다.

Credit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https://blog.naver.com/2000tomboy
           그림작가이자 길고양이들의 다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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