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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2화. 집순이 작가로 산다는 건

나는 일명 집순이다. 집을 고수하는 건 개인의 성향 탓도 있지만, 출퇴근하는 작업실이 따로 없고 집이 곧 작업실인 작가라는 현실 여건이 나를 더욱 집순이로 만들었다.

집순이인 내가 간간이 받는 오해가 있다.
일을 안 하거나 일이 없는 백수.
나는 몇몇 동네 사람에게 백수가 되어 있는 걸로 안다. 뭐 특별히 친밀하게 지내지 않는 이상 굳이 내가 작가라는 이야기를 붙들고 할 필요는 없으니…
누군가가 내게 그랬다. ‘백수와 작가는 한 끗 차이라고.’
동네 사람들이 보기에 벌건 대낮에 허름한 옷차림으로 동네를 배회하는(동네 고양이 밥을 챙겨주며 시간을 보내는) 털털한 다 큰 성인의 모습은 일을 하지 않는 백수로 보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아마 평소 옷차림이 조금 세련되었다면 그런 오해는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중요한 일로 외출하기 위해 화장하고 꾸미고 나가다 동네 사람을 만나면, 동네를 배회하던 나와 눈앞의 내가 같은 인물인지 모르거나 혹은 어디 가냐며 놀라는 모습을 본다.
사람의 겉모습으로 보이는 상태가 상대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특별한 볼 일이 있지 않는 한 거의 대부분을 집에서 작업하며 시간을 보내는 내게 제일 중요한 건 집에서 입는 옷.
피부 알레르기가 있는 터라 사실 순면이 가장 좋지만, 순면은 탄성이 없어 불편한 경우가 많다. 집에서 입는 옷이 갖춰야 할 더 중요한 덕목은 오랜 시간을 입고 때론 뒹굴뒹굴하기도 하니 때가 잘 안 타야 한다. 
그리고 작업하랴, 중간중간 스트레칭하랴, 108배나 운동하랴, 청소하랴 많이 움직여야 하니 옥죄지 않고 잘 늘어나야 한다.
그 조건에 딱 들어맞는 것이 시장에서 판매하는 어머님들 입는 알록달록 화려한 꽃 패턴의 일명 ‘일바지’ 엄마와 가끔 전통시장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시장을 다니다 자연스레 일바지를 만나고 접해서 사 입게 되었다. 그 조건에 들어맞는 옷을 선호하다 보니 옷장 속 집에서 입는 옷은 거의 다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다. 
비슷한 디자인과 소재의 옷. 하루 종일 오랜 시간 입고 있는 옷.
그래서 엄마와 나는 집에서 입는 의상을 ‘유니폼’이라고 부른다.
내 유니폼은 늘 패턴이 강하거나 원색의 색상. 그 옷을 입고 세상 제일 편한 자세로 늘어져 늘 잠이 부족해 졸려서 반만 뜬 눈으로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나를 보신 엄마.
너 이러고 있는 거 사람들이(정확한 워딩은 널 밖에서 만난 사람들이) 상상이나 하겠냐며 너무 웃겨서 혼자만 보기 아깝다 하신다. 엄마의 말씀에 “엄마!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집에서 이러고 있을걸?!” 하며 야무지게 답을 했다. 언제나 내 작업의 영감의 원천은 엄마가 아니던가.
평소 늘 무슨 일 있나 촉을 세우느라 눈 감고 자지 못하고 반쯤 눈을 뜨고 졸고 있는 똘똘이 모습이 생각났다.
훗 내 모습 같은 똘똘이의 모습이.

 동네 고양이 ‘똘똘이’

Credit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https://blog.naver.com/2000tomboy
           그림작가이자 길고양이들의 다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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