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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3화. 미소 짓고 있던 '흰까미'

이때는 2014년 가을.
당시 무엇이 안 좋았는지 성격이 많이 까칠해진 흰까미였다.
원래도 과묵한 성격이지만 그런 녀석에게 무슨 심리적 변화가 있나 걱정을 하다 마침 엄마와 내가 집안일로 부산을 갈 일이 생겼다. 부산에 가 있던 3일간 아부지께서 우리를 대신해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 주는 일을 하셨고, 엄마와 나는 전화로 매번 아부지의 밥 주는 일정을 체크했다. 원래 여행 같은 것도 잘 가지 않는 편이었고, 녀석들 안지 반 년 정도 되었을까. 그 사이 이렇게 장기간을 보지 못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사람의 시간과 고양이의 시간은 다르다고 알고 있다.
평균 수명 나이 대비로 시간을 재면, 사람에게 3일은 고양이에게 더 기나긴 시간이라 알고 있다.
매일 만나는 녀석들도 있지만, 가끔씩 만나는 녀석들도 있다.
그래서 간혹 며칠이나 몇 주 만에 녀석들을 만나면 녀석들이 우리를 데면데면할 때가 있다. 각자 시간의 흐름이 다름을 알기에 서운한 마음은 결코 갖지 않는다. 게다가 당시 삐뚤어질 테다! 하며 까칠했던 흰까미라 더더욱 그럴 수 있을거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볼일을 다 보고 3일 만에 제 녀석들 앞에 나타난 엄마랑 나를 너무나 반겨주는 흰까미. 그 과묵한 녀석이 막 흥분한 듯 나무를 타고, 아들인 이뿐이랑 우다다 신나게 뛰어다녔다. 평소 볼 수 없는 깨발랄하고 깨방정 떠는 모습에 되려 내가 의아할 정도로. 
원래 흰까미는 밥을 챙겨줄 때면 늘 무언가 이렇게 받아먹어도 되나 하듯 머쓱해하고 염치없어 하는 표정을 짓곤 하던 착하고 한없이 과묵하고 깊은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의 생각도 못 한 환대에 엄마와 나는 빙그레.
‘어이쿠. 이런 반응이라면 며칠 떨어져 있어 볼 만하네.’ 싶었다.
부산 다녀오기 전 까칠까칠 깔깔했던 녀석을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생선회를 몹시 좋아하는 흰까미라 오랜만에 특식으로 좋아하는 생선회를 먹었던 날. 맛난 특식도 먹었겠다 급 뛰어놀았겠다 체력을 썼을 흰까미. 조용히 공터 공간에 자리하고 앉더니 졸기 시작.
처음에는 꾸벅꾸벅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졸더니만 어느새 내가 다가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 들었다. 그간 녀석 졸거나 잠깐 자는 거 한두 번 본 게 아닌데, 녀석은 분명 배시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 상태로 잠이 들어 그러는 걸까?아니면 무슨 좋은 꿈을 꿨던 걸까?

동네 고양이 '흰까미'

Credit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https://blog.naver.com/2000tomboy
           그림작가이자 길고양이들의 다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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