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연재)창작자가 돈 밝히는 게 뭐 어때서요?

‘돈’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돈을 쫓지마, 좋아하는 일을 쫓다 보면 돈은 따라 올 거야.”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쫓았습니다. 글을 좋아하고 콘텐츠를 좋아해서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리랜서가 되었지요. 그리고 돈과는 멀어지려 애썼습니다. 돈을 쫓다보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쫓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좋아하는 일이 반드시 돈으로 치환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여 창작은 원래 돈과 무관한 것이라고, 창작을 선택한 이상 돈은 나와 먼 존재라며 체념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도 마음이 깨끗해지지 않는 날들이 있습니다. 언제일까요? 글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날일까요? 아닙니다. 통장이 가벼울 때입니다. 주로 비수기에 그런 날들이 이어집니다. 분명히 나는 성실하게 꾸준히 글을 쓰는데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은 귀엽습니다. 사실, 창작자라면 그것에 굴하지 않고 창작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은 찌글거립니다. 왜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자본주의 세상에서 나를 알아준다는 건 결국 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사는 세상은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입니다. 저 역시 1인분의 삶을 꾸려 나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일상을 든든하게 받쳐줄 따뜻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읽고 싶은 책을 사야 하고 가끔은 맛있는 술도 사 마셔야합니다.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내가 쓰는 이 글은 내 행복한 일상을 받쳐줄 재화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에서 괴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벌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어도 마음이 개운치 않은 날들이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창작의 주체성을 잠시 접어두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은 공허해집니다. 행복한 일상을 만드는 요소는 물리적으로 나를 잘 먹이고 재우고 입히는 것 외에 또 다른 것이 필요해보입니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아. 주체적으로 창작하는 시간들이죠. 그것이 재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결국 균형이 필요합니다. 창작과 돈 버는 일의 균형. 다들 알고 있겠지만, 배고픈 자가 창작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작은 매슬로우 욕구 단계에서도 최상위 단계의 욕구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그러자면 하위 단계의 욕구를 충족해야 하고 그 욕구 충족에 필연적으로 돈이 들어갑니다. 부천의 대문호 김얀 작가는 책 <오늘부터 돈독하게>에서 돈이 없을 때 불안함에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하며 적당한 수익을 올리자 오히려 창작의 샘이 채워졌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식상한 인용이 되어버린 버지니아 울프의 매달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을 한 번 더 반복해 봅니다. 

 안정적으로 창작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태도가 있습니다. 적당히 돈을 밝힐 것. 돈을 밝히는 것에 부끄러워 하지 말 것. 작업 의뢰 메일이 도착합니다. 메일을 읽어봅니다. 섭외의 이유, 어떤 창작물을 원하는지 정리되어 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얼마를 주겠다는 말이 없습니다. 혹은 페이를 제시하더라도 내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돈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럴때 고민이 됩니다. 돈 얘기를 먼저 하면 돈만 밝히는 사람처럼 비춰질까 고민합니다. 아니 그러면 어떤가요? 돈만 밝혀도 됩니다. 외주니까요. 돈 주고 내 창작물 혹은 창작 노동을 파는 건데 돈을 왜 밝히면 안되나요? 돈을 벌어야 내가 계속 창작을 하죠. 돈을 밝혀도 괜찮습니다. 적극적으로 얼마를 줄 것인지 물어 보세요. 

 페이를 올려본 적 있나요? 돈을 주는대로만 받고 있나요? 프리랜서의 노동 단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돈을 주는 쪽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협상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 어느 거래도 구매자가 값을 정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상하게 사람의 노동만 구매자가 값을 정합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물론 상황은 이해가 갑니다. 나에게 일을 주는 담당자도 주어진 예산이 있고 그 예산을 쪼개고 쪼개다 보니 나에게 줄 돈이 00만원으로 정해졌을 겁니다. 그래도 협상을 해야합니다. 제가 큰 프로젝트를 따서 예산을 배분하다보니 알게된 점이 있습니다. 기획자는 사실 예비비를 책정합니다. 내가 프리랜서에게 이 비용을 제안했을 때 올려달라고 할 때를 대비하고, 그 외 예상치 못하게 들어갈 비용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에게 예산을 올려줄 여지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균형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돈 버는 일과 개인 창작의 균형이요. 그러자면 돈 버는 일의 돈의 가치를 올려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의 페이가 낮으면 낮을수록 나는 더 오래 일해야 합니다. 시간 당 페이가 줄어드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균형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개인 창작을 할 시간을 할애해 돈 버는 일을 해야하니까요. 그래서 내가 받는 돈을 올려야 합니다. 

 물론 혼자는 어렵습니다. 나만 돈을 비싸게 부르면 내가 아닌 더 싼 값을 부르는 프리랜서에게 일이 돌아가겠죠. 이 부분은 우리끼리의 약속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합당한 값으로 일하기로 약속하기. 내 노동의 값을 후려치지 않기. 이 약속은 숙련된 프리랜서, 브랜드가 형성되어 돈을 높이 부르더라도 일이 끊기지 않을 프리랜서, 이미 여러 고정 클라이언트가 있어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프리랜서가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이제 막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해 클라이언트가 많지 않은 프리랜서, 당장 생계가 위태로운 프리랜서는 불리한 협상의 위치에 서있거든요. 페이가 낮아도 이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고 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가 서로 최소한의 약속을 만들어 시장 단가를 올리면 진입기의 프리랜서가 받게 될 페이의 수준도 덩달아 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혜씨 일하는 거 보면 한 달에 600만 원쯤 벌어야 할 것 같은데?” 폐부가 찔린 기분이었어요. 저는 그때 한 달에 200만원 쯤 벌고 있었거든요. 200만 원을 버는데 600만 원 버는 사람처럼 일한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시장에 내가 하는 일의 단가가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것. 그 낮은 단가를 문제의식 없이 수용하고 있었다는 것. 때로 내가 받는 돈에 비해 곱절 이상의 노동을 하며 완벽에 가까운 퀄리티의 결과물을 내고자 한 것. 이 모든 것들이 600만원 같은 200만원 어치의 노동을 만들어냈죠. 이건 뭐 ‘2인 분 같은 1인 분’도 아니고.


 “돈을 쫓지마, 좋아하는 일을 쫓다 보면 돈은 따라 올 거야.” 

 

 저는 이 말을 지나치게 믿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해보니 알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쫓는 것과 돈이 따라 오는 것은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어느 정도 돈을 쫓을 필요도 있습니다. 돈만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는가. 내 페이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협상할 수 있는가. 받는 돈 이상으로 넘치게 일하고 있지는 않은가. 돈 버는 일에 너무 등한시 하고 있진 않은가. 돈이 돈을 버는 사회 구조를 너무 모르고 있지는 않나. 계속해서 돈이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내 삶에 적당한 수준으로 관여하도록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내 삶과 돈은 얼마나 가까운가요? 점검해볼 때입니다. 지속가능한 창작에는 나를 먹이고 재우고 입힐 돈이 필요하니까요. 

  • 본 기사는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창간호에 게재된 기사이며,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발행처인 더스토리B에 저작권이 귀속되어 있습니다. 그루그루 웹진을 제외한 다른 사이트에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매거진 창간호와 2호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 중이며,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소개 및 입고처 안내
    https://www.notion.so/Free-not-free-3949675cb14d44538269a9e266dc3473

 

이다혜_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 & 에디터  |  프리랜서의 느슨한 연대를 꿈꿉니다. 
–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 발행인 및 편집장
–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공동 진행자

credit 원문 이다혜 프리낫프리 편집장
web editor PICTORIUM

What do you think?

61 points
Upvote Downvote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Loading…

0

(연재)What do you think? no.4

(전시)보리畵전 – ‘선에서 색으로 색에서 깨달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