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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술의 힘은 자유입니다 – 화가 김은주

그루가 만난 한국의 예술가들

Grooterview, 열 번째 아티스트 :
회화  작가 김은주

Grooterview와 열 번째로 함께해 주신 분은 김은주 작가님입니다.

김은주 작가님은_

  회화 작가로 활동 중이며 주로 신화 속 이야기를 다루어왔습니다. 최근에는 여성 히어로에 집중하여 관객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Q1. 안녕하세요! 김은주 작가님. 그루그루 독자들에게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녀와 돌연변이들이 마법의 힘으로 지구를 보호함으로써 영웅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오일 페인팅과 디지털 페인팅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약자가 강자가 되고 질서와 규칙이 뒤 섞인 가상세계에 대한 작업입니다.
정해진 규칙과 질서는 혼란을 막아주고 사회를 지속하게 하는 힘을 주며 저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그러나 때론 갑갑함을 느낍니다. 미술이 가진 힘은 자유입니다. 제가 만든 가상세계에서는 이미 규정되고 결정된 것 들을 뒤섞어 놓으며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합니다.

Q2. 작가님은 현재 남자 아이를 양육하고 계시고, 예전에 어린이집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작품 속에는 남성의 존재가 표현된 작품을 찾아 볼 수가 없는데요. 혹시 그에 따른 이야기를 해주 실 수 있나요?

남자아이를 키우고 어린이집에 근무하면서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경험은 어린 시절 저의 기억들과 중첩되었고 제가 가진 여성성에 집중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려오던 만화영화 속 주인공을 닮은 소녀 이미지는 내가 여성스럽다고 생각한 이미지였고 나는 어린시절 접한 다양한 환경을 통해 학습한 여성성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스스로 고착화한 규칙과 질서들을 깨는 작업들을 하고 있고 이것은 스스로 고착화한 여성성과 반대되는 것들을 한 화면에 담는 작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 그 화면에는 소녀들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남성의 존재는 아직 내가 직접 경한 한 부분이 아니라 작업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 작업이 남성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작업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3. 잠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작가님께서는 지금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고 계시죠? 보통 힘든 일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상황인 작가님들께 작가님의 노하우나 격려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성작가에게 육아는 넘어야 될 산이면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로 인해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아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하루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분배된 케이스입니다. 아침잠이 많고 의지가 강한 편이 아니라 긴 시간을 투자해 반복적으로 쌓아올리는 일들을 제대로 해 본적 이 없었습니다. 육아를 하며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났고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시간에 작업을 했고 아이가 학원에 가 있는 시간에 웨이팅을 하며 까페에서 디지털 작업을 반복적으로 했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일상 속에서 육아와 살림, 작업이 질서를 잡아가고 균형을 잡아갔습니다. 매일 반복적으로 일정한 시간에 이어지는 작업들이 쌓이면서 전시의 기회들이 하나씩 생겨나고 그 기회들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에는 색연필 작업을 주로 했던 것 같습니다. 작업을 위해 환경을 세팅할 수도 있지만 환경에 맞춰 작업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색연필은 물감보다 상대적으로 휴대성도 좋고 공간의 제약도 많이 받지 않으며 정리도 간편해서 그때 선택한 최선의 재료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이패드라는 멋진 재료로 짧은 시간들을 활용해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떠한 직업군이든 장애물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또한 수많은 장애물들과 마주합니다. 저는 그 장애물을 치우고 앞으로 가기도 하고 넘어서 가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서 내가 걸어가는 길은 진흙길이고 걸어 가면서 진흙이 몸에 뭍으면 털어내면서 그냥 갈 길을 간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씩 가다 보면 그 길 자체가 가치 있었고 자신의 삶에서 자신만의 영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술이 가진 힘은 자유입니다. 제가 만든 가상세계에서는 이미 규정되고 결정된 것 들을 뒤섞어 놓으며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합니다.

Q4. 작가님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여성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데요, 혹시 남성 히어로도 다루실 예정이신가요?

이 질문이 저에게 남성히어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질문을 받아 너무 기쁩니다. 히어로는 여성만 있는 것은 아니죠.. 작업의 주인공으로 소녀가 반복해서 등장하지만 약자를 대신하는 상징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여성만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소년이 등장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질문 정말 감사합니다.

Q5. 혹시 앞으로 여성 히어로에 대한 시리즈 중 다른 신화 속 등장인물이 등장 할까요? 등장 한다면 살짝 공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금은 신화 속 등장 인물 중 세이렌과 스핑크스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동양신화에는 바리공주 이야기와 성경 속 여자주인공 중 시바여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 속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이 주인공들에게 부여된 정해진 운명과 좀 다른 이야기들을 작업 속 가상세계에 계속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이미 정해진 규칙과 질서를 믹스하는 작업은 참 통쾌하고 재미있습니다.

Q6. 작가님의 대표적인 작품 중에 신화적이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이어 진다고 생각 되는데요, 혹시 특별한 사유나, 어릴 적 접했던 다른 매체들에 대한 영향이 있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저는 신화 속 이야기를 만화책으로 많이 봤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만화방이 있었고 만화책을 대여해서 보는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있었습니다.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리니지’ 파라오의 연인’ 등 신화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어릴 때는 만화책으로 신화를 접했고 성인이 되어 신화를 분석한 책들과 원작들을 보면서 신화 속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경과 신화에 대한 탐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의 작업 속에서도 계속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Q7. 작가님 작품을 봤을 때, 여성이 많이 드러나는 대중적인 캐릭터가 강하게 와 닿았습니다. 혹시 굿즈제작도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직 시도해 본 적이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입니다. 어떤 상품이냐에 따라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8. 작가님의 전반적인 작품을 봤을 경우, 생명력을 부여받은 새로운 다양한 동물 캐릭터의 돌연변이가 여신의 형상을 한 여성 히어로를 지켜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이야기에 대한 작업의 영감이나, 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터닝 포인트의 사건이 있나요?

결정적인 사건이나 터닝 포인트보다는 제가 한 경험, 정보, 지식으로 인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자연스럽게 이어진 작업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영웅의 서사에는 조력자가 등장합니다. 제가 만들어나가는 가상세계도 아이러니하지만 큰 맥락에서는 영웅 서사의 규칙에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주인공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영웅이 아닌 운명에 있던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동서양의 신화 속 존재하는 신비로운 동물들은 여러 동물이 섞인 하이브리드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 동물들이 현실에 존재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현실에선 그저 돌연변이일 뿐입니다. 돌연변이는 종에서 생존이 어렵죠. 소녀와 돌연변이는 약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또한 돌연변이는 일반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변종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돌연변이들을 제가 만든 가상세계에서는 영웅으로 캐스팅해서 소녀의 조력자로서 영웅으로 존재한다면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Q9. 작가님의 과거 작품의 경우는 여성의 캐릭터에 집중하여, 컬러에 제한적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여성 히어로의 작품이 구축화되면서, 반복적인 보라색 톤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보라색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캔버스라는 화면에 좀 더 좋은 작업으로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설정한 이 가상세계에 가장 어울리는 화면을 찾아가다 보니 보라색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이어가던 중 어린 시절 보아오던 만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마법 소녀가 등장하는 그 마법 소녀는 보라색 머리에 보라색 배경에서 장면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봤던 만화영화 속 이미지가 무의식 속에 남아 마법 소녀와 보라색을 연결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당분간은 지극히 주관적인 보라색과 마법 소녀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며 이 보라색을 즐길 생각입니다. 물론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또 다른 색을 쓸 때가 올 것입니다.

Q10. 작가의 작품 속에는 과거의 작품부터 꽃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그중 색감이 다른 장미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요, 장미의 이야기를 살짝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일단 두 가지 만화영화가 장미를 작업에 넣게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마리앙투아네트가 나오는 만화영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아직도 그 장면 하나하나가 잊히지 않습니다. 일본 작가가 쓴 프랑스 시민혁명과 마리앙투아네트, 그리고 오스칼 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였습니다. 그 만화 속 여자 주인공이 아름답게 등장하는 장면에는 항상 장미꽃과 함께였습니다. 어린 시절 연습장에 수없이 그렸던 공주 그림과 장미는 저에게 규칙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입니다. 벨의 아버지는 장미 한 송이를 부탁하는 벨을 위해 야수의 정원에서 장미를 꺾었고 벨은 아버지를 위해 야수에게 가게 됩니다. 제가 해석한 미녀와 야수의 장미는 벨의 무의식 속 잠자고 있는 소명을 전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야수에게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소명을 거부하는 영웅의 서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주인공과 장미, 벨을 모험의 길로 안내한 장미는 제가 접했던 대중매체가 학습시켜준 상징입니다.

Q11. 마지막으로 그루그루의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지금까지 긴 글을 읽어 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관심받고 싶은 한 명의 예술가로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작가이신 독자분들이나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분들 모두 자신만의 길을 용감하게 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내 삶에 영웅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은주 작가는 현재 gallery artrie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 (전시장 풍경)

Q12. 작가 김은주를 대표하는 세가지 해시태그를 알려주세요.

#마법소녀 #돌연변이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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