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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백과 분위기를 탐색하는 아티스트 – 일러스트레이터 집시

그루가 만난 한국의 예술가들

Grooterview, 열다섯 번째 아티스트 :
일러스트레이터 집시

Grooterview와 열다섯 번째로 함께해 주신 분은 집시 작가님입니다.

‘집시’ 양세은 작가님은_

 대학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공부하였습니다. 졸업 후 취업을 택했으나 이후 프리랜서로 독립하면서 출판, 광고, 삽화, 영상, 강의, 전시 등 그림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는 생계형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노틀담의 꼽추의 빛나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모티브로 한 예명 ‘집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촉감과 설렘을 전달하여 많은 공감을 받고 있는 “현명한 쾌락주의자” 작가님과 대화 나눠봅니다.

Q1. 안녕하세요! 그루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작가님의 요즘 근황을 듣고 싶어요.

A.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상반기의 온라인 클래스 준비를 잘 마치고, 지금은 클래스메이트들과 즐겁게 소통 중입니다. 곧 9월에 있을 NFT 경매에 출품할 작품을 작업 중이고요, 1년 동안의 세계여행 이야기를 엮은 새 책이 출간 준비 중에 있습니다. 

Q2. 집시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동안의 작품을 죽 살펴보았는데요, 특히 필력이 변하는게 눈에 띄었습니다. 초반 선화작업도 붓을 이용한 자유로운 드로잉이 점차 연필을 이용한 단단하고도 섬세한 묘사로 변해가는 모습이 보이고, 채색도 진한 색에서 보다 은은한 색감이 되어갑니다. 
 혹시 화풍이 변하는 변곡점마다 영향을 받은 작품이나 계기가 있을까요?

A. 제가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을 해서 그런지 선화 작업이 가장 편했는데요, 그 중 붓의 세필 느낌을 이용한 선화 작업을 구축하게 된 계기는 동양화의 영향이 컸습니다. 제한된 색상 안에서 다양한 표현을 구축해내는 동양화를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그렇게 연인의 스킨십을 주제로  ‘닿음 Touch’  라는 세미춘화집을 만들게 되었고 작가로서의 유명세를 얻는 등 나름의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1,2점씩 연재하여 1년 반정도를 연재하다보니 100점 가까이 그리게 되었는데요, 15 점 정도를 그렸을 때, 중국에서 제 그림을 그대로 트레이싱하여 상품으로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일이 생깁니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고요) 중국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제 그림을 교묘하게 카피하기 시작해서 제보 메세지 쌓여가니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오더라고요. 

 ‘내 그림이 따라그리기 쉬워서 자꾸 도용 당하는 걸까?’ 라는 생각에, 아무리 따라그려도 절대 같은 느낌을 낼 수 없게끔 그리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묘사가 정교해졌습니다. 그렇게 연재를 재개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졌지만, 스킬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한 계단 오를 수 있었어요. 

 선명한 색감을 사용하다가 점차 은은한 색감으로 변해간 것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초반의 기획은 ‘스킨십에서 내가 느꼈던 감각’ 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닿는 부분, 성적인 감각과 긴장감이 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재하는 과정에서 저 역시 파트너와의 관계가 무르익게 되었고, 성감대뿐만 아니라 정서적 반응과 감각, 공간의 공기에도 초점을 맞추게 되었어요. 유일한 내 편과 온전히 맞닿을 때의 온도, 린넨 침구 위에서 따스한 햇살이 방을 채울 때의 색감, 빛 속에서 먼지가 반짝이며 고요히 흩날리는 모양. 그런 따듯하고 포근한 공기와 분위기를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사용하던 색상 역시 좀 더 부드럽게 변하게 되었습니다.

Q3. 집시 작가님의 작품 주제로 여성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여성의 바디라인과 제스츄어, 표정 등에 집중하곤 하는데요, 집시 작가님의 ‘섹시함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섹시론’이라고 할까요?

A.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결핍과 허기가 느껴지는 인물에게서 섹시함을 느껴요.  그런 입체적인 분위기를 인물을 좋아합니다.

Q4. 작가님의 초기작업물과 비교했을 때 요즘의 작품은 훨씬 인물이 도시적이고 무국적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혹시 작업을 할 때 특히 의도하는 분위기라든가, 클라이언트가 작가님에게 원하는 공통사항이 있나요?

 A.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저의 취향에 따라, 그리고 제가 처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제가 그리는 인물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제가 계속 추구하는 그림의 분위기는 ‘여백과 여운’ 입니다. 여백을 보는 이의 상상과 경험으로 채우고, 그로인해 각자 여운을 느끼게 된다면 좋겠어요. 

Q5. 요즘 섬세한 인물 드로잉 위에 개성있는 채색을 하는 기법의 일러스트가 많이 보여요. 집시 작가님의 영향을 받은 트렌드라고 보아도 될까요?

A. 그렇게 봐주시면 저야 제가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가가 되는 것 같아서 매우 들뜨게 되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긍정할 수는 없고요, 늘 있어왔던 스타일인데 주목받는 시기가 이제야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Q6. 1년 동안 긴 여행을 다녀오셨어요. 팬더믹 시대를 겪는 요즘에는 참 귀한 경험이죠~ 여행을 통해 얻은 점은 무엇인가요?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A.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역시,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풍경과 사람과 음식이었어요. 그리고 함께 여행 중 다양한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면서 파트너와의 관계가 한 단계 더 깊어지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저 자신에 대해서도 더욱 깊이 고찰하게 되었습니다.  

 작업에 직접적으로 끼친 영향이 있다면 지금은 색감이예요.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색이 있다니!  PC 나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색의 깊이와 오묘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사진을 찍다 보면  카메라에 절대 담기지 않는 찰나의 색과 감정이 있잖아요. 그 감성을 살리려고 열심히 후보정을 하다보니, 색과 빛에 대해 좋은 공부가 되더라고요. 그 때의 여행은 정말 알게 모르게 지금도 저에게 계속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Q7. 집시 작가님하면 섬세한 묘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배경과 소품 디자인 등 디테일 묘사가 좋은 작가님 중의 하나입니다. 묘사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한 가지 사물을 집요하게 판다든지, 빛 공부를 한다든지, 인체 크로키를 많이 그린다든지 작가마다 공부법이 있는데요. 
 집시 작가님이 좋아하는 묘사는 주로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스터디를 하시는지요?

A. 제가 좋아하는 묘사는 역시 인물묘사이고요, 그 중에서도 특히 눈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다음이 빛과 그림자에요.
 평소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빛, 그림자, 눈빛 등의 이미지를 많이 모아놓고, 자주 탐색합니다. 저는 정말 탐색을 잘하거든요 ㅎㅎ 정말 나노단위로 관찰하고 탐색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이걸 어떻게 그림으로 풀어낼지가 보이게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공부가 되었어요. 

Q8. 작가님은 질의문답을 통해 그림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생생한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작가님은 초년시절 멘토라든지,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분이 있나요? 

A. 첫 번째 멘토는 저희 할머니입니다. 유년시절부터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고 원 없이 그리며 놀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두 번째 멘토는  김현진 작가님, 저의 은사님이십니다. 김정기 화백님과 함께 그 당시 ‘애니창아’라는 만화애니메이션과 입시학원 원장님이셨는데, 저의 가능성을 믿어주신 첫 선생님으로 기억해요. 학원비가 부족하여 특강을 하기 어렵다는 저에게 “특강비를 감면해 줄 테니, 꼭 한 번에 합격해서 우리 학원에서 강사로 일해달라”라고 하셨는데, 그게 피그말리온 효과가 되어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었거든요. 은사님 덕분에 시작이 좋았던 거예요.

 그리고 학교나 필드에서 좋은 선후배 동료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지금까지도 좋은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Q9. 누군가의 믿음과 도움이 지금의 작가님을 있게 했군요!
갑자기 준비한 다음 질문이 부끄러워지는데요, 
최근 클라스 101을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반응이 뜨겁습니다. 짧은 수강기간에 작가님만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받을 수 있는 귀한 강의를 제공하셨어요.
 그런데 이렇게 노하우를 다 보여줘도 되는 건가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신 건가요?

A. 요즘은 정보를 계속 공유하고 흐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그 안에서 저 역시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를 제작하게 되면 제가 평소 두루뭉술하게 해왔던 행위를 명확한 단어와 정확한 설명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다듬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질적 성장이 이루어지고,  수강생분들의 피드백을 통해서도 발전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루의 질문과 마찬가지로 클래스 101 강의에서도, 어시님들이  너무 막 퍼주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로 저는 제가 아는 걸 다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대충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왕 만드는 거 최고로 잘 만들어서 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전부 저에게 반하게 만들고 싶었죠 ㅎㅎ.   다른 강의를 들어도 다시 제 강의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퀄리티 높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었습니다.

 누군가 제 노하우로 똑같이 따라 그리면 어떡하냐ㅡ 같은 색을 쓰고 같은 질감을 써서 비슷해지면 어떡하냐ㅡ 하며 걱정하셨는데, 저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바짝 긴장해서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누군가 따라 한다고 생각하면, 저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어요. 어떻게 되든 결과는 윈윈일 거라고.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크리에이터 분들도 그렇게 아낌없이 나누어주시는 분들이었고 그 덕에 제가 좋은 영향을 받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 분들의 좋은 에너지를 저도  본받고 싶었습니다.

Q10. 생계형 일러스트레어터를 지향하신다 들은 적이 있어요. 프리랜서로 활동한지 10년이 넘었고 인지도 SNS 팔로워 약 70만명인 요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A. 맞아요. 그건 불안에 기인한 건데,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면 가정사를 비롯한 여러 개의 이슈들이 있어요.

 저는 경력이나 팔로워 수로는 안정을 느끼지 못하는데요, 사실 팔로워의 수는 분명 지금 시대에 큰 자산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금방 사라지기 쉬운 허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경험을 들어 보자면, 여행 중에 그림을 꾸준히 올리지 않고, 인기몰이를 했던 ‘닿음’ 시리즈가 아닌 스타일의 그림을 종종 올렸더니,  몇만 명이 팔로우 취소를 하셨어요. 

 그땐 정말 서운했는데, 저 역시 좋아하는 가수가 계속 비슷한 앨범을 발표하면 어느새 질려서 더 이상 소비하지 않거나, 더 이상 소식이 궁금하지 않아서 별생각 없이 언팔로우를 하는 모습을 돌아보며  ‘아, 이게 지금의 대중성의 표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물론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의 아티스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도전이나 시도를 할 때 저 역시 즐거움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던 경험이 많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대중, 문화의 흐름과 유행과 세대교체가 가속화된 시대이기 때문에 긴장을 놓지는 못해요. “타인의 인정이나 소비 없이도 내 그림은 가치 있고 빛난다”라고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저는 그렇게 자존감이 높고 안정적인 성향이 아니거든요. 그림을 그릴 때, 자기만족을 넘어서 제 그림이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특히나 이것이 저의 주된 생업활동이 되면서부터는 더욱 그래요. 제가 더 성숙해지고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되면, 생계에 초연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 

Q11. 앞으로 계획 또는 소망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A. 개인작업을 열심히 한 후 세계여행을 떠났고, 여행 후 1년 동안은 정말 생업에만 충실했습니다. 클래스도 오픈하고 외주도 많이 했어요. 

 앞으로 1,2년 동안은 개인 작업에 다시 정진하여 개인전을 열고 싶습니다. 
 그리고 준비 중인 책의 집필도 최선을 다해 할 것이구요. 

Q12. 마지막으로 작가 집시를 나타내는 세가지 단어를 해시태그 형태로 나타내주세요.

#현명한쾌락주의자 #애주가 #탐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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