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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그루가 만난 한국의 예술가들

Grooterview, 열네 번째 아티스트 :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그림이 준비되어 있으면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습니다.

Grooterview와 열네 번째로 함께해 주신 분은 아녕 작가님입니다.

Q1. 안녕하세요. 아녕 작가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동네 고양이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고 있는 아녕 이라고 합니다

Q2. 아녕 작가님의 작품 속 고양이는 남달리 애틋한 사연이 있는데요. 꾸준히 길고양이를 소재로 작업을 하시는 개인적인 사유가 있나요?
그리고, 작품 속 등장하는 실제 길고양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와 작품 속 숨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양이를 그린 것은 아니에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활동하다 2014년에 우연히 집 앞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젖소 무늬의 길고양이를 만난 것을 계기로 고양이를 알게 되었지요.
그렇게 만나는 동네 고양이들이 참 사랑스럽고 다정한 녀석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길 위의 삶이라 오해도 많이 받고, 오래 만나지 못하고 자주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저만 눈으로 보는 것이 아쉬웠어요. 제가 하는 일, 그나마 잘하는 것인 그림에 그 모습을 담아 기록하고 남겨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동네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나름 오랜 시간 녀석들을 알게 되고 연을 맺었지만, 저는 고양이를 반려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림 그리는 제 일이 너무도 불안정해 생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 제가 한 생명을 책임 질 수 있는 주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런 탓에 종종 제 그림과 저희 동네 고양이를 예뻐하시는 팬 분이 보내주시는 먹거리 등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녀석들 한 끼 겨우 챙겨주고 있고요. 그런 제가 녀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에 처음에는 참 박탈감도 많이 느끼고 마음이 힘겨웠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제 최선의 일은 녀석들을 그리는 일 뿐이더라고요. 내가 그릴 수 있는 날까지 그저 녀석들을 그리자 그 마음이 다짐처럼 되었어요. 그리고 평소 저는 그림은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생각했어요. 제 현실이 힘든 일이 많고 할 수 없는 것이 많으니 그림 속에서라도 말이지요. 그림으로는 무엇이든 마음껏 그려 넣을 수가 있으니까요. 그림으로는 제가 녀석들에게 최고로 예쁘고 귀하고 좋은 것 등 해줄 수 있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해주고 싶은 것이 많지만 해줄 수 없는 아쉬움과 미안함, 헤어진 녀석들에 대한 그리움 등을 그림에 꾹꾹 담다보니 지금이 된 것 같습니다.

단골 모델이 되어주는 ‘순심이’


동네 고양이들 중 기억에 안 남는 녀석들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오래 보고 제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순심이’라는 젖소냥이가 있어요. 아무에게나 붙임성이 좋은 순심이는 동네 분들 중에도 따로 간식을 챙겨주시며 예뻐하는 분들이 많은 저희 동네 유명인사랍니다.
제 그림 속에 순심이가 마치 즐겁게 냐하하 웃는 모습이거나 약간 비웃듯 씨익 웃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림들이 종종 있어요. 고양이 집사님들은 다 아실테지만 그 모습은 사실 실제로는 웃는 모습이 아니라 순심이가 하품하는 모습을 중간에 포착한 모습이에요. 제 앞에서 하품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유일한 녀석이 순심이거든요.
저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그 모습을 살려 그림에 담았고요.

Q3.작가님은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하셨어요. 혹시 작품 활동을 하기 이전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A. 저는 고등학생 때 미대를 가고 싶지만 집안 형편 등으로 일찌감치 돈을 벌려고 생각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캔버스가 아닌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나 다름없다는 어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듣고 ‘저거다’ 했어요. 그래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고 학원을 알아보다 그런 제 사정을 알고 마침 화장품 회사에 다니던 친구가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고 권유해서 다녔는데, 친구에게 속은 거더라구요.
 배신감에 방황하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어디 가서 취직이라도 할 수 있다는 주변 권유에 공부도 안하고 부랴부랴 시험을 보고 지방 전문대에 들어갔는데 적응 못하고 자퇴를 하게되요. 자퇴 후 방황하며 시간 날 때마다 혼자 끄적끄적 그림을 그렸는데 호프집, 카페, 옷가게, 세차장 등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우연히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어요.
대학 전공을 하지 않아도 그림만 좋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이고 학원을 다녀 기본기를 쌓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반 년 간 다녔는데 비싼 학원비를 감당할 자신도 없고, 진도도 잘 나가주지 않는 선생님의 방식 등이 갈등이 되어 결국 관두었어요. 그래서 책을 사다보며 혼자 그림을 그렸죠. 
그러던 중 sns에 올린 제 그림을 보고 연락 온 초상화 그려주는 곳에서 잠시동안 일했는데 그 곳 운영 사정이 안 좋아져서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학원에서 만난 친구가 핸드페인팅이라는 걸 알려줬어요. 옷, 가방, 신발 등에 직물전용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건데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것’이라는 아이템이 독특하다 생각해 친구랑 동업으로 핸드페인팅 쇼핑몰을 냈었어요. 막상 해보니 의뢰하신 분들은 좋아해 주셨지만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또 그림을 그리는 인건비 대비 판매비용이 저렴해 남는 것도 없었고요. 그래도 시작한 일이니 몇 년 버티다 안 되겠어서 관두고, 아부지가 하시던 장사 일이 잘 되지 않아 막노동 일을 하시게 되어 그때 저도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직장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미술전공을 하지도 않고, 전문대 중퇴자인 제가 아무리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있어도 그걸 살려 취직을 할 곳은 없었어요. 구직 사이트에 디자이너 구인란에 대부분은 관련 학과 대졸자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거나 제 나이면 관련 업계 경력자여야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그림을 살려 할 수 있는 취직자리가 없었어요.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하니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는데, 마침 친구가 사촌 지인분의 회사에 경리 자리가 있다고 해서 1년 반 가량 일하다 폐업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되었지요. 그때 제 나이가 29살이었어요. 나이 30이 다 되어 가는 제가 그림 그리는 일로 취직을 하는 건 불가능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도 회사 사장님의 배려로 퇴근이 빨라서 공모전도 도전하면서 그림을 놓지 않고 틈틈이 그렸거든요. 그때 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돌고 돌아왔지만 이제는 내가 정말 그림 그리는 게 일이자 직업이 되는, 전공을 하지않아도 그림을 그려서 선보이면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돼야겠다. 결정적인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되었어요. 알아보니 그 당시 ‘산그림’이라는 사이트가 일러스트레이터의 등용문 같은 곳이라고 듣게 되었지요. 50여점의 그림을 포트폴리오로 등록하면 정회원으로 등록되어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들어서 그간 그린 그림을 정리하고 추가로 더 작업해 50점의 포트폴리오 등록을 하게 되었던 거예요. 그렇게 지금으로부터 12여 년 전 본격적으로 그림을 업으로 하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어요. 

Q4. 작가님은  디지털 작업, 피지컬 아트, NFT 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혹시 이 중에 최근에 즐기는 작업 방향이 있나요?

A. 저는 그림을 접한 방법이 정규과정도 아니였고, 일러스트레이터를 하기 위해 일러스트 전문학원을 다니며 연필 정밀묘사 해본 것이 전부였어요채색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수채, 아크릴, 유화 등은 책을 사서 독학으로 했고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은 상업미술이라 상품화가 가능한데 그러기위해서는 수정이 용이한 디지털 그림이 좋다는 이야기에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이십 대 혼자 그림을 그리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디지털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핸드페인팅을 할때 참 좋았어요. 가끔 티셔츠나 가방 등에 그림을 그려서 지인한테 선물하거나 하는데 직물전용물감이 아크릴 물감이나 다름없거든요. 디지털 작업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답니다. 사실 근 12년 여동안 디지털 작업을 주로 했으니 디지털 작업이 익숙하지만, 피지컬 아트의 장점 역시 있다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작업실도 없고, 형편이 좋지 않아 재료 구입과 그림 보관 등의 문제로 여건이 되지 않아 못 그리고 있어요.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캔버스에 유화 작업을 실컷 해 보고 싶어요.

Q5. 작가님은 고양이를 의인화해 조선역사를 다룬조선에 놀러간 고양이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출간이 작가님의 작품 활동에 변화가 있을까요?

A. 조선에 놀러간 고양이 작업은 시대배경 상 한복을 많이 그리게 되었지요. 원래도 어릴 때부터 한복 보려고 사극을 볼 정도로 한복을 좋아했고 민화를 좋아했는데, 책 작업을 한 것을 계기로 전통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접하고 공부하게 되어 연장선이 되었다고 할까요. 막상 책 작업이 끝났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한국적인 요소를 더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자개’를 디지털에 접목시키는 작업이에요. 그리고 책 작업이 하나의 테마를 갖고 다작을 하는 상황이잖아요. 처음에 책으로만 그칠 줄 알았던 작업인데 그림을 좋게 봐주신 출판사에서 전시회를 제의해 주시고 기획하셔서 대형 전시인 ‘더냥’전을 하게 되었어요. 그전에도 개인전을 한 경험이 있지만 그림 수가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그때 생각했어요. ‘한 가지 주제로 꾸준히 많은 작업을 해서 작품을 다수 준비해두면 전시의 기회가 올 수 있구나.’ 하고요. 시간 제약을 두며 출판 작업을 하는 과정에 저는 1년 반여의 기간 동안 거의 쉬는 날 없이 매일을 두어 시간만 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그림을 그렸어요. 그래서 사실 그때 건강이 몹시 상했고요. 하지만 내 이름을 건 책이 나간다는 그 목표가 있기에 그 어려운 시간을 인내하며 그렇게 많은 작품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막연한 듯하지만 앞으로도 전시를 할 수도 있고, 출간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목표를 세워 테마를 잡고 연작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림이 준비되어 있으면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선의 이야기를 다룬 <조선에 놀러간 고양이>

Q6. 아녕 작가님은 고양이를 사람으로 의인화해서, 한복, 치파오, 서양드레스, 발레복 , 패션의상을 입은 고양이 시리즈들이 유독 눈에 띄는데, 이런 작품을 진행할때 영감이나 소스들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A. 평소 인터넷 검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 온라인으로도 박물관 등의 자료도 많이 볼 수 있고요. 해외 박물관 사이트에서 고전 의상 자료도 많이 보고, 패션잡지랑 패션쇼 웹사이트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평소 티브이로 드라마 사극 등도 많이 보는데 내용을 보려는 게 아니라 의상을 보려고 챙겨 봅니다.

Q7. 작가님은 2005 베스킨라빈스 달력 공모전에 입선한 것을 계기로 작가활동을 시작하셨는데요, 활동으로 시작했던  작품 소재도 고양이였나요?

A. 아뇨. 처음에는 주로 사람을 그렸답니다. 캐릭터를 그릴 때도 사람 캐릭터를 그렸어요. 그러다 2014년에 길고양이를 알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고양이를 그리게 되었답니다. 물론 그림의 주제에 따라 고양이 옆에 사람도 등장하긴 하지만요.

Q8. 작가님은 고양이를 의인화해서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혹시 다른 동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염두해 두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아뇨. 우선 현재는 다른 동물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제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터라 일로써 혹 다른 동물을 그리는 상황이 생긴 것이 아닌 이상은 고양이만 그릴 듯합니다. 제 꿈이 죽는 날까지 고양이 친구들만 그리는 거예요. 제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녀석들 그리고 싶은 것들 구상해 놓은 것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제게 과연 그림 그리는 현실적 여건이 많이 허락될지가 미지수라, 사실 죽을 때까지도 구상한 것들을 다 못 그리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패션을 소재로 한 고양이 작품들

Q9. 아녕작가님은 하루를 아주 알차게 사용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작가님의 일과나 시간 관리 비법이 궁금해요.

A. 사실 제가 작업량이 조금 많아졌다 느꼈던 것이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 2014년부터입니다. 그전에도 나름으로는 그림을 그렸지만 그렇게까지 열심히 작업한 것 같지 않아요. 녀석들에게 반하게 된 후 그림으로 그려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졌어요. 보통 미쳐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고양이들을 알고 나서부터 그림에 더 미쳤던 듯 싶어요. 작가들에겐 누구나 뮤즈의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뮤즈가 있으면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작업량에는 우선 그 영향이 컸고요. 그런 탓에 초반에는 몸 생각 안하며 그림을 그려서 사실 건강이 그리 좋지 못해요. 앉아서 작업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척추 질환을 앓는데 저 역시 그랬지요. 한때는 아예 목을 움직이지도 못해서 한동안 그림은 손 놓아야 했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어요. 건강은 잃어봐야 소중함을 알게 되더라고요. 꾸준한 물리치료, 침 치료와 근력운동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지금도 오랜 시간 작업하지는 못해요. 그런데 작업하다보면 제 몸 상하는 건 나중으로 하고 작업 삼매경에 빠져 다시 건강이 상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어서 꾀를 냈지요. 핸드폰 알람을 30분 정도로 맞추고 작업하다가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서 10여 분 이상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척추에 좋은 요가 동작을 해요. 30분 작업하다 일어나고 쉬고 다시 작업하고. 집중할 만하면 30분은 훌쩍 지나가 일어나니 작업 속도는 더디지만, 건강 상해서 아예 작업 못하던 때를 생각하면 이게 어디냐 하며 그렇게 하고 있어요. 학교 다닐 때 수업시간이 50분이고 쉬는 시간이 10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게 최적의 효율적인 시간이라 그랬던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작가님들도 너무 오래 앉아서 작업하지마시고 적어도 한 시간 작업하시면 꼭 일어나서 몇 분이라도 스트레칭 하시고 물도 드시며 작업하셨으면 해요.
그리고 사실 뭐 대단한 비법이나 그런 건 없답니다. 어쩌면 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제가 다른 취미를 가질 수가 없어서 저는 그냥 늘 할 수 있는 일이 그림 그리는 일이라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림만 그린 듯해요. 또 독학을 하니 그림에 대해 자신과 확신이 없어서 그냥 열심히 그리자는 생각뿐이어서 무작정 붙들고 그렸던 것도 이유고요.

Q10.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가님들에게, 작가로서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의 끈을 놓지 않고 작가님처럼 롱런 하려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인생 선배로서 조언 부탁드려도 될까요? 혹은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저는 사실 그림을 업으로 한 이후부터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금전적인 부분 때문에요. 지금까지 돈을 버는 일보다 벌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았답니다. 그래서 주변 이들이 좋은 옷을 사 입고 좋은 것을 먹고 여행을 하고 할 때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특별한 작업실 없이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집순이로 지냈답니다. 그림을 업으로 한 12여 년의 시간동안요. 수입이 별로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의 일은 그저 아끼는 것이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노후는커녕 당장 내일도 기약할 수 없는 삶이라 사실 불안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현실 때문에 불안한 것과 불행한 것은 다르다 생각해요. 생계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불안정한, 누군가에게는 이해받지 못할 수 있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버틴 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과 만족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애써 나는 행복해! 라고 주문을 외우며 세뇌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제 주어진 현실을 인정했던 것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인생은 결국 선택 같습니다. 그리고 선택하면 모두를 다 가지고 모두가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별다른 꿈이 없고 하고 싶은 일이 없어 좋아하지 않는 일이지만 꾸준한 수입이 생기는 직업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생계 걱정에서는 자유롭지만 행복함이 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처럼 생계를 걱정하는 대신 꿈을 좇은 사람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행복감이 있고요. 제일 좋은 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 걱정 없이 넉넉하고 행복한 경우겠지만, 제가 살아보니 그런 일은 드물다 생각해요. 사람은 다 가질 수 없고 하나를 가지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더라고요. 저는 그걸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제 현재와 위치를 자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현재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이와 저를 비교하며 제가 불행하다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가진 현재에 만족하자 했던 것 같아요.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그림을 그리는 나 같은 사람, 이런 인생도 있다고요. 제각기 다른 삶의 모습일 뿐이라고요.
그리고 작가로서 그림에 대한 고민에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어요. 사실 제가 현재 작가로는 보통의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을 한 건 아니에요. 그리 유명하지도 않고 생계 걱정을 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아무것도 없이 혼자 그림을 그리던 제가 작가라는 말을 듣게 되는 20여 년의 과정에 많지는 않지만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생기게 되어 그 덕분에 버티며 활동하고 있고요. 아직도 갈 길은 멀었지만.. 누군가 제게 그런 말을 해 주셨어요. ‘내 그림의 주인은 어딘가에 꼭 있다!’라고요. 제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상태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다보니, 무언가 혼자 골똘히 생각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렇게 제가 내린 결론은 저는 그림은 주관적이라 생각해요. 잘 그리고 못 그리고 가 아니라 결국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마음을 두드리고 울림을 주는 그림을 그리느냐. 그게 관건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그랬듯 누구나 그리고자 하는 열망과 노력만 있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너무 막연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업을 선택한 이상은, 어딘가에 있을 내 그림의 주인을 생각하며 그 주인을 만날 그때까지 그저 내 할 일을 하고 있자! 이런 생각으로 버텨왔고 지금도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언제까지 버텨낼지는 모르지만 버티는 날 까지는요. 그리고 창의적인 일을 너무 집중해서 하느라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작가들의 특성상 건강이 상하기가 쉬운 듯합니다. 오죽하면 그림으로 성공하는 건 엉덩이 싸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많이 그려야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저 역시 그렇게 엉덩이 싸움으로 하나라도 더 그리자며 너무 오랜 시간 앉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서, 이러다 평생 그림을 못 그리는 건가 싶게 건강이 몹시 상했던 일이 있고요. 그림 그리는 일이 홀로 작업하고, 수입도 불안정하고, 인기로 좌우지 되는 업이라 정신적으로도 쇠약해지고 피폐해지기 십상이다 보니.. 꼭 작은 운동이라도 하셔서(산책도 추천합니다.) 건강 챙기며 작업하셨으면 합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 같거든요.

Q11. 마지막으로 그루그루의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A. 올 여름은 길어진 코로나에 폭염까지 더해져서 많은 분들이 더 힘겨운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을 조금 더 챙기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고 건강 챙기며 다가올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게 준비하고 쉬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잘 지나가셨으면 합니다.
저도 제게 허락하는 날까지 열심히 그리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저의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Q12. 작가 아녕을 대표하는 세 가지 해시태그를 알려주세요.

고양이, 길고양이, 동네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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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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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림이 모두 따뜻하고 섬세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동네냥이들이 건강히 지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 응원합니다.

  2. 길고양이의 삶을 온전히 끌어안았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림도 멋지고 말씀도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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