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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5화. 명랑아! 우리 꼭 같이 별똥별 보자꾸나.

별똥별을 바라보는 명랑이와 내 모습이다.

명랑이와는 늦가을에 만나 그해 추운 겨울만 같이 보냈기에, 명랑이가 없어진 늦겨울부터 초봄, 여름, 초가을을 같이 보내지 못했다.

꽃이 피는 봄이면 꽃나무 향기 맡기를 좋아하던 명랑이라 꽃내음 실컷 맡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예쁜 꽃만 봐도 명랑이 생각이 난다.

그 추운 겨울 아무도 앉아 머무르지 않는 벤치지만 명랑이와 나는 덜덜 떨며 같이 앉아 있었다.

그 겨울 나와 명랑이만 앉던 벤치이건만 여름에는 저녁 바람이라도 쐬려고 그 벤치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면 명랑이 생각에 울컥한다.

늘 볼 것만 같았던 녀석과 사계절도 보내지 못했다.

엄마와 나와 함께 산책하기를 좋아하던 명랑이 녀석.

내가 어딘가에 앉으면 내 곁에 바짝 붙어 앉아있던 녀석.

낮은 덥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여름 밤을 너와 함께 보냈다면 어땠을까..

그 아쉬움을 여름밤에 볼 수 있다는 아름다운 별똥별을 명랑이와 같이 보는 상상을 해본다.

내가 이 그림을 그리자 그림을 보시던 엄마가 말씀하신다.

“딱 아녕 네 뒤통수다. 둘이 사이가 되게 좋아 보인다. 얘기하고 있는 거야? 명랑! 저기 저 별 좀 봐봐! 하고. 명랑이는 응! 응! 하면서?

아녕! 너는 명랑이가 참 좋은가 봐. 누구 하나 안 이쁜 녀석이 없지만, 엄마는 첫 정이라 그런가 흰까미가 더 좋은데 말이지.”

“응. 엄마. 그런 것 같아. 흰까미는 길냥이로 처음 정 준 아이고, 워낙에 과묵한 맏아들 같은 느낌이었고, 명랑이는 첫 만남부터 제 녀석이 부벼대며 아는 체를 하는 바람에 내가 처음으로 직접 쓰다듬으며 만져 본 고양이라는 거. 그리고 최초로 우리를 졸졸 쫓아다녀서 같이 산책도 가고 같이 벤치에 멍하니 한참을 앉아 시간도 보낸 녀석이기도 하고.. 그래서인가 뭐랄까.. 그 존재가 다른 의미 같아.”

그랬다. 

지금은 명랑이 이후로도 많은 동네 고양이들을 만났고, 물론 드물지만 명랑이 못지않게 첫 만남부터 내게 들이대듯 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하지만 최초라는 것, 처음이라는 것은 강렬하고 중요한 의미가 된다.

내일 밤 별똥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별똥별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별똥별을 본다면 명랑이 생각이 더 많이 날 것 같다.

비록 그림 속처럼 같이 보진 못하지만 명랑이 생각하며 별똥별을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얘기하고 싶다.

“명랑아! 너도 거기서 별똥별 보고 있니? 명랑아. 너는 정말 내게 최고의 고양이였어. 네가 너무 보고 싶구나. 우리 나중에 만나면 꼭 같이 별똥별 보자꾸나!”

동네 고양이 ‘명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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