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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6화. 2021년 새해를 맞이하던 추억을 꺼내다.

지금은 8월 말.

2021년이 한참 지난 시점이지만 동해에 사는 내 벗님이 보내주신 새해 첫 일출 사진을 꺼내 본다.

2020년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예술가인 내게도 타격이 많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은 상용화되는 그림 작업을 하는 일이기에 경제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일 의뢰는 가뭄에 콩 나 듯하고, 혹 문의가 와도 말도 안 되는 단가라 할 수 없는 일인 경우가 많았다.

나뿐 아니라 주변 작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10여 년 간 쉼 없이 일한 이들조차 일이 없어서 생계의 타격을 입어야 했다.

코로나에 모두가 힘들지만 타격이 심한 직종 중 하나가 예술가다.

거기에 그나마 들어온 일이 문제가 생겨 나와 부모님은 몇 달 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그런 최악의 2020년을 보내고 맞이한 2021년 새해.

코로나가 아니어도 어디 갈 여유나 여력이 안 되는 내게 벗님이 새해 첫 바다 일출 사진을 보내주셨다.

사실 그간 늘 내게 당신 계신 동해에 와서 바다도 보고 쉬다 가라 하시는 벗님의 초대를 몇 년째 응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걸 아는 벗님이 보내주신 사진이라 조용히 사진을 건네주신 내 벗님의 마음 씀을 알기에 이 일출 사진은 내 마음 깊이 자리했다.

벗님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새해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었다.

그 마음을 지금 꺼내어 본다.

그 겨울과 지금. 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내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하지만 비록 사진을 통해서지만 2021년 올해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소원을 빌던 그때의 마음을 꺼내어 본다.

꼭 새해 첫 해맞이는 아니어도 내년에는 모든 것이 좋아져 좋은 사람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바다에 앉아 해 뜨는 모습을 같이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모델은 우리 동네 고양이 ‘순심이'(젖소냥이)와 ‘똘똘이'(흰냥이)다.

매서운 겨울날 고작 몇천 원짜리 깔개 하나도 좋다며 사이좋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모습이다.

잠시지만 녀석들 추울까 봐 뭘 덮어주고 싶지만 마땅히 덮을 게 없어 고민하던 차에 엄마가 당신 쓰던 모자를 벗어 녀석들 등을 덮어주었다.

두 녀석인데 모자는 하나라, 똘똘이 덮어주다, 순심이 덮어주다를 반복하는 엄마.

거기에 안되겠어서 딸내미인 나는 녀석들에게 내어준 깔개 대신 분리수거장에서 주워 와서 깔고 앉았던 종이박스를 냉큼 바람막이로 막아 주었다.

평소 같으면 내 몸에 뭘 대냐며 피하고도 남을 녀석들이 날이 추우니 박스를 몸에 대도 가만히 있고, 무게감이 있는 털 모자를 등에 올려놔도 가만히 있었다.

허름한 깔개에 털 모자, 그리고 폐지.

비록 요소는 다 구질구질하지만, 그 속에 너희 둘의 모습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다.

고양이작가 아녕

고양이작가 아녕

동네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 아녕입니다.

Credit 아녕 
Web Editor PICTORIUM

Credit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https://blog.naver.com/2000tomboy
           그림작가이자 길고양이들의 다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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