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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7화. 행복하지만 짧은 추억_아빠의 목마

아주 어릴 때 나는 아빠와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아빠가 중동으로 일을 하러 가셨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연탄가스가 새서 엄마와 오빠 내가 죽을 뻔했던 사건을 이후로 아빠가 중동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셨고, 요리사였던 직업도 바꾸셔야만 했다.
아빠가 급작스레 직업을 바꾼 탓에 어릴 때 우리 집 살림은 안정적이지 않고 가난하게 지냈다. 그 때문에 어린 시절 놀러 다닌 기억이 거의 없고 어릴 때 사진이 별로 없다. 그러다 내가 4살인가 5살쯤에 남산에 갔고, 그때 아빠가 목마를 태워주셨다. 그 이후로는 놀러 갈 일도 별로 없기도 했지만 목마를 타기에는 내가 너무 훌쩍 커버려서 목마의 기억은 아주 잠깐이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4살까지 엄마 등에 업혀있기로 동네에 유명한 아이여서 업히는 걸 생각하면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도 업히기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엄마라는 존재가 떠오르고, 목마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아빠란 존재가 떠오르지 않나 싶다. 아빠와 오랜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시각 매체에 아빠가 자식 목마 태우는 모습을 보면 유독 눈길이 간다. 그리고 어린아이에게 최고의 놀이는 부모님이 몸으로 해주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엄마의 등에 업힌다거나, 엄마가 안아서 요람처럼 흔들흔들해준다거나, 아빠가 비행기를 태워준다거나, 아빠가 목마를 태워주는 것. 보통 이런 행위들이 살을 맞대야 하니 자연스레 스킨십이 이루어진다. 대부분 힘을 많이 쓰는 것이 많다 보니 아이도 느껴진다. 부모님이 나를 위해 힘을 들여 애써준다는 것을…
한마디로 사랑받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받으니, 유대감이 생기고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데 참 좋은 행위라는 생각이다. 목마의 경우 보이는 시선의 높이라고는 채 1미터도 안 되는 몇 십 센티가 전부인 아이의 시야가 한순간에 어른인 아빠의 시야보다 더 높아지는 것 아니던가. 밑에서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며 시야가 훤해지고 붕 높아진 공기에 조금은 무섭지만, 아빠의 듬직한 목과 어깨에 안착하여 큰 두 손안에 작은 아이의 손이 꼭 쥐어지는 과정에 아빠에게 의지하게 되고 둘 사이에 결속력이 생기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단 한 번이지만 강렬했던 목마의 기억.

목마는 내게 아빠다.

실제 나이로는 아부지가 아닌 거의 증조할아버지 뻘인 순심이. 그리고 증손녀 이상 뻘인 아웅이. 순심이는 아웅이를 너무도 아끼며 유모를 자처하며 돌봐주었고, 요즘은 마치 연인처럼 둘이 잘 지내는 중이다. 가끔은 너무 친밀하게 들이대는 아웅이를 귀찮아하기도 하는 순심이지만, 대부분 늘 흐뭇하게 아웅이를 바라보는 순심이. 예민하여 항상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는 아웅이. 둘의 모습은 때론 연인인 듯하기도 하고, 귀여운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부지와 딸 같기도 하다.

그런 녀석들이라 모델로 그려 보았다

동네 고양이 ‘순심이’

동네 고양이 ‘아웅이’

#가족 #고양이 #고양이그림 #고양이일러스트 #사랑 #아녕 #아빠 #아빠와딸 

고양이작가 아녕

고양이작가 아녕

동네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 아녕입니다.

Credit 아녕 
Web Editor PIC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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