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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8화. 비 오는 날이 싫어진 이유

요즘 장마가 다시 온 듯 연일 비 소식이다. 예전에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했더랬다.
몸이 쌩쌩해 비를 맞아도 바로 감기가 들지 않던 학창 시절에는 비가 좋아서 비를 맞기 위해 비닐팩을 준비해 핸드폰을 넣어 잘 봉하고 비를 맞으며 걷기도 했다. (근 20여 년도 더 지난 이야기라 그때는 핸드폰이 지금처럼 방수 기능이 있던 때가 아니었다. 나는 감성적인 반면 매우 현실적인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부득이하게 우산이 없어 할 수 없이 맞는 상황이 아닌 이상 아무 준비 없이 무방비 상태로 현실적 손해와 상관없이 즉흥적으로 비를 맞는 것은 불가능한 사람이다.)

후훗. 어쨌든 이렇게 무리수를 둘 만큼 비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아부지가 밖에서 하는 일을 하시기에 철이 들면서부터는 비 오는 날이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 오는 날에 대한 로망을 완전 버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비 오는 날을 정말 싫다고 생각하게 된 건 길고양이를 알게 된 이후다. 말 그대로 길, 노상에 사는 녀석들의 특성상 비가 오면 녀석들이 있을 수 있는 자리의 범위는 더 줄어든다. 게다가 유독 물과 친하지 않은 녀석들은 비가 오면 행동에도 제약이 많아진다. 
간혹 비가 내리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녀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있던 자리에 발이 묶여 쩔쩔매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우왕좌왕하며 고스란히 비를 맞는 경우가 많다.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지만, 혹 피할 곳이 있어도 피하지 못하는 상태. 사람으로 치면 말 그대로 멘붕이 오는 상태인 거다. 마침 녀석들을 만나고 있을 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사람인 나만 우산을 쓴 것이 미안하고 민망해 우산을 씌워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작은 것에도 놀라고 무언가 변화에 민감한 녀석들이 아니던가.
맨날 보고 잘 따르던 녀석들조차 우산을 쓴 날은 웬 큰 물체를 펼치고 있나 하며 경계를 한다. 녀석들 안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산 씌워주고 싶은 마음에 펼친 우산을 쓱 제 녀석 머리 위로 씌우니 눈 동공까지 커지며 식겁해 도망가는 게 아닌가. 잠깐이라도 비에 젖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녀석들 겁먹고 마음 불편한 게 더 큰 문제니, 그 이후로 우산 씌우기는 일부러 시도하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나를 잘 따르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기에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순심이의 경우 우산 쓰고 앉아 있는 내 옆에 와서 앉길래 잠깐이지만 우산을 씌워줄 수 있었다. 순심이는 예외일 뿐 내가 만난 대부분의 동네 고양이들은 우산 쓴 내 옆에 오는 것조차 꺼리고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 
그리고 설사 내가 우산 씌워주는 게 가능하다 해도 내가 내내 녀석들 우산을 씌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녀석들을 안 이후로는 비 오는 날이 싫어졌다.

예전에 내 첫 길고양이인 젖소 냥이 ‘흰까미’와 그 아들인 턱시도 냥이 ‘이뿐이’. 녀석들과 같이 하던 해에 장마가 길어서 비가 잦아 안타까운 마음만 그득할 때, 녀석들에게 우산 씌워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렸던 그림이다.
비 오는 날은 어두우니 안전하게 노랑 우산을 씌워주었다.

동네 고양이 “흰까미”

동네 고양이 “이뿐이”

Credit 일러스트레이터 아녕 https://blog.naver.com/2000tomboy
           그림작가이자 길고양이들의 다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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