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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윤원보 vol.10 '아브라카다브라' (2부)

 falling book, 2016, oil on canvas, 117 x 9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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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과 새로운 만남을 동시에 진행하려니 무척이나 분주했다. 중고차 판매 견적을 여기저기서 알아봐야하는 동시에 신차 구입에 대한 일련의 과정들은 나를 나이만 먹은 아이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차를 사면 딜러에게 결제하고 받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일들이 그리 간단치가 않았던 것이다. 카드사는 자기들에게 돈을 납부하라고 했다. 나는 딜러에게 차를 사는데 그럼 딜러에게 결제는 언제하는 걸까?라는 혼돈이 왔다. 결론은 카드사에서 미리 세팅을 해놓으면 딜러가 보내주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 일시불이든 할부든 결제만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간단한 과정을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아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했다.

결제를 잘못해서 취소하고 다시 결제하는 해프닝은 내 부족한 이해력의 증거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로만 알았던 자동차 구입 과정은, 족구 시합에서의 구멍은 나구나하고 느끼게 만든 경험과 유사했다.

그 구멍은 이 와중에 차를 팔기 위해 중고차 어플을 받아서 여러군데 견적을 받았다. 흥정이라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의 하나로 누가 더 세상을 ‘잘’아느냐로 승리가 주어지는 듯했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괜찮은 가격에 팔 수 있었지만, 세상의 이면은 나의 욕망과 너의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어 내가 어떤 사람일 수 있었는지 알게 해주었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흥정하는 나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동차를 사는 과정의 핵심은 얼마나 ‘혜택’을 더 많이 받느냐의 기술인듯했다. 선수금 캐시백, 할부 캐시백, 딜러 할인 혹은 딜러 서비스를 견적을 받고 서로 비교하여 ‘최대’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 자동차 구매자의 지상 최대 과제인 듯했다. 카페에 들어가면 딜러에게 받은 서비스를 서로 비교하며 최대한 서비스를 ‘쥐어짠’ 회원에게는 상찬이 이어졌다. 나 역시 발품을 많이 들인 덕분에 적지 않은 서비스를 받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딜러는 어떻게 돈을 벌까?’

‘어차피 딜러도 자기 마진을 다 남겨놓고 서비스해주는 것‘이라는 말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십계명과도 같은 명분이다.

서비스를 쥐어짜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으니까. (사실 딜러 할인이나 서비스는 당연히 받는 것이 아니라 딜러 입장에서 해준다는 개념이 맞다)

예전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 출근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 마이 포켓. 겉으로는 모두 그럴싸한 척하며 일을 하지만 그 일들이라는 것이 결국, 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호주머니에 어떻게 옮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닐까하는. 그 생각이 선명해질수록 미사여구를 앞세워 계약을 진행하던 일들이 시시해졌다. 기껏 내가 하는 일이 남의 호주머니나 탐내는 것이였다니.

딜러와의 최초 통화시 나는 딜러가 제시한 할인 금액보다 10만원 더 적게 받겠다고 했다.(친구는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했다. 딜러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 돈이 딜러에게는 큰 돈이 되지는 않겠지만 나만큼이나 딜러도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을 것이다. 그럼 조금씩 양보해서 서로 적당한 선에서 거래가 되면 좋지 않을까. 이런 나이브한 생각이 나를 아직 어른이지 못하게끔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6.

신차를 출고 받고 평일 점심시간에 운전을 하는데, 과장님과 팀장님은 부동산에 관한 대화를 하고 계셨다. 나는, 음, 부동산은 어른들의 주제이니 나는 빠지는게 좋겠군, 하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과장님은

“나는 부동산 잘 모르겠어, 원보, 너는 알아?”하고 물으셨다.

내가 우리집 집문서조차 어딨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과장님이 아셨다면 그런 질문은 안하셨을 거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알게되리라 ‘믿었다’. 부동산이라던지, 주식, 집을 사고 파는 행위들 같은 것들 말이다.

모르는 것이 없는 어른이라고 믿었던 과장님과 팀장님의 대화는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허둥댄 나의 모습과 조금은 겹쳐보여서 과연 어른의 조건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사람을 어른이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부동산, 주식,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 이런 것들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갑자기 웬 도덕책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지식과 재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운다고 해서 모두 다 어른은 아니다. 분명 그렇다. 이런 것들은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어줄 주문이다. 이 주문을 가지고 우리 안의 어른을 어떻게 소환할지는 각자의 ‘아브라카다브라’에 맡긴다.

‘그런데 정말 우리집 집문서는 어디있지?‘

Credit editor 글작가, 화가 윤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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