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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램의 감성촌 일상이야기 3화. 나만의 계단카페

도시를 채우던 카페가 이제는 시골에서도 쉽게 보인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익숙하게 지나다니던 도로가에 하나둘 카페들이 들어서고 같이 자전거타고 학교 가던 친구네 집이 카페가 되어버린 곳도 있다.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카페, 가정집을 수리한 카페, 플라워 카페, 찐빵 파는 카페, 높게 지은 비닐하우스 속에 식물원을 그대로 재현한 카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궁금한 마음에 남들 따라 카페를 가보았다. 다른 이들이 느끼는 것처럼 휴식을 얻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숨어있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드넓은 초록 풍경이 내다보이는 통유리 카페에서는 그저 탄성을 내질렀고 화이트톤 벽면과 목재를 이용한 카페에서는 아기자기한 멋에 취해 사진을 마구 찍었다. 열대 식물로 가득한 곳에서의 차 한 잔은 이곳이 정말 카페가 맞는지 어리둥절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멋지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카페를 많이 찾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카페 속에 휴식은 없었다.

카페가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은근히 불편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카페가 가진 세련된 반짝거림이 부담스러웠을까. 촌사람 이다보니 너무 세련되면 어색한 느낌도 있다. 그것보다 더 확실한 무언가가 있는듯한데 무엇일까. 가만 보니 결정적 한 가지가 있었다. 모든 공간을 가로막고 있는 그것. 바로 ‘벽’이다. 카페는 벽과 벽이 서로 연결되어 형성되는 공간이다. 아무리 예쁘게 꾸며진 벽이라도 무언가를 가로막고 구분 짓는 본연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안과 밖이 연결되지 못하도록 끊고 단절시킨 뒤 벽안의 공간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 경계의 형태들이 나의 마음마저 경계 지어버리는 것 같아 답답증이 일었다. 거기다 항상 ‘방’ 이라는 벽 사이 공간에서 작업하고 있어 휴식을 할 때는 어딘가로 뻗어나가고만 싶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버드나무 아래에 앉아있고 싶고 유유히 흐르는 강의 반짝이는 물결을 보고 싶다. 하늘과 나무와 바람과 길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는 곳에서야 비로소 편안함을 느끼는 성미가 “카페는 어쩐지 나랑 안 맞는 걸”하고 말하고 있었다.

이상 속 카페를 확인한 뒤로 카페로 향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휴식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카페는 가지 않는다. 휴식은 우리 집 마당에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마당으로 내려가는 낮은 계단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면 그곳이 카페가 된다. 날씨가 좋으면 파란 하늘 마음껏 올려다보는 하늘 카페가 되고 고양이가 스윽 다가와 애교를 피우면 고양이 카페가 된다. 선선한 가을인 지금은 보라색 방아꽃 감상과 풀멍이 있는 식물원 카페도 가능하다. 상시 오픈이라 이용시간에 제한이 없고 부드러운 바람과 맛있는 풀향의 뽕잎차가 무한 리필 된다. 어떤 제한도, 단절도 없이 즐기는 나만의 계단카페. 꼭 벽으로 이루어진 공간만이 카페일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편안함 한 모금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괜찮다.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면 어디에서든 나만의 카페를 알아보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Credit 일러스트레이터 날램 https://www.instagram.com/nalraem/
          조용한 시골에서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며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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