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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패션&뷰티를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백소영

그루가 만난 한국의 예술가들

Grooterview, 스물여섯 번째 아티스트 :
백소영 작가

잠시도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패션&뷰티 분야는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Yesterday 2021

Grooterview와 스물여섯 번째로 함께해 주신 분은 백소영 작가님입니다.

Summer#2 2021

Q1. 반갑습니다. 그루그루 독자에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패션, 뷰티 관련 일러스트를 주로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백소영입니다.

Q2. 패션디자인을 전공하시고 2004년부터 의상디자이너 겸 CEO로 활동하셨는데요. 그 당시 창업하였던 회사는 어떤 곳이었고 사업체를 운영하며 어떤 경험들을 하셨나요?

제가 창업했던 회사는 광고 프로모션 의상을 제작하고 납품하는 회사였습니다.
연중 가장 큰 행사는 모터쇼였고, 자동차의 컨셉 별로 모델들이 입는 의상을 디자인하는 일이었어요. 그것 이외에도 로드쇼나 코엑스 같은 규모가 큰 전시장의 굵직한 행사에서 모델들이 입는 의상을 디자인하고 납품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sns나 인터넷 광고 등이 없었던 때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프라인 광고 행사를 많이 했었습니다. 광고 에이전시에서 오더를 받으면 컨셉에 맞게 일러스트를 그려 클라이언트 컨펌을 받고 수주를 받는 형태로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정말 중요했어요. 이 일이 좋았던 것도 그림을 원 없이 그릴 수 있었고, 당시 나름 업계에서는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이런 일을 하는 회사에 입사해서 2년 정도 일을 하다 퇴사를 하고 쉬고 있을 때 저와 꼭 일하고 싶다며 에이전시에서 따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 다음 해에 들어갈 렉서스, 혼다, 지엠 모터쇼 의상을 한꺼번에 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그렇게 큰일을 할 만큼 자금력도 없었고 못하겠다고 했더니 선금을 미리 줄 테니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생각지 못한 창업이 시작되었던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많은 클라이언트와 일하고 있는 과정이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고, 많은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도 그때 했던 일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예요. 20대 어린 나이에 했던 창업이라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와 갑질, 약속된 날짜에 지급되지 않는 결제 같은 일이 가장 속상했던 일인데, 그때 경험했던 수많은 과정 속에서 나름의 원칙과 대처, 노하우가 지금 일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Me, myself & I 2021

Q3. 한 회사의 경영자에서 어떻게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하게 되었나요? 이후 프리랜서 작가로서 자리 잡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회사 경영을 할 때도 그림을 많이 그리는 일이었는데요, 한 번은 공장에 가지고 들어간 작업지시서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보고 다른 업체 대표님이 티셔츠에 넣을 그림을 의뢰하신다거나 혹은 거래처에서 급하게 기획안 일러스트가 필요한데 소개해 줄 만한 작가가 있느냐 하는 식의 요청을 꽤 받았었어요. 그때마다 마땅히 아는 분도 없어서 제가 해보면 어떻겠냐 하는 제안을 허락해 주셨고 그림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소개로 이어지다 나중에는 그림만 의뢰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림만 그리고 돈을 받는 게 그동안 했던 일보다 편하단 생각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하고 싶단 생각을 본격적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보니 도저히 일이 감당이 안 돼서 사업을 접고, 공백기 동안 아이 키우면서 틈틈이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어요. 그림 전공을 안 해서 다른 그림은 모르겠고 제 전공인 패션에 주력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기 때문에 목표는 확실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 <한국의 야생화> 세밀화 공모전이 있어 우연히 출품했던 그림이 장려상에 당선이 되어 내가 그림에 재능이 있나, 조금은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포트폴리오를 그라폴리오와 산그림에 올리기 시작한 지 일 년이 안 되었을 때 처음 그림 의뢰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그땐 생활비 한 푼이 아쉬웠지만 아무리 급해도 일을 덥석 잡지는 말자가 원칙이었고, 나의 노동력이 낭비가 되겠구나 하는 일은 거를 수 있을 만큼 일 하는 건 수월했습니다.

Q4. 패션일러스트가 일반 일러스트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작가님은 스타일링을 돋보이게 하기 위에 중점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우리가 주로 말하는 패션일러스트를 저는 굳이 말하면 패션 스타일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디자이너들이 구상한 옷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는 그림이니까요. 대학에서 패션일러스트 수업을 들어보면 인체 비율을 10~12등신 정도로 나누고 모델 워킹 포즈에 소재 표현을 배우는데 그림이 다 비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옷을 표현하는 그림이 쓰일 수 있는 용도는 한계가 있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려면 좀 더 표현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패션의 범주는 옷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고 사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일 수 있으니까요.
제가 패션일러스트를 그리면서 늘 생각하는 건 옷 만드는 때, 옷 입을 때 하는 생각과 똑같은데요, 절대 투 머치하지 않을 것.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어느 부분은 무신경하게 약한 듯. 만약 과감한 컬러가 한두 개 들어갔다면 다른 부분은 무채색으로. 이렇게 강, 중, 약을 어디에 둘 것인가입니다.
세밀한 선이 들어갔다면 어느 부분은 과감한 터치의 면, 이런 식의 믹스 매치를 합니다.

Imagine 2019

Q5. 개인작업에 여성, 패션, 꽃이 등장하는데요. 작가님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사소한 아름다움이 너무 많지만, 세상이 아름다운 건 색깔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색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Q6. 색에 대한 관심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최근 작품을 보며 간결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깊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작가님만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요?

전 외주작업 이외의 개인작업은 프리 드로잉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시도해 보지 않았던 테크닉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작업을 해봅니다. 시간이 지난 후 예전 작업과 비교해 보면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지는구나를 느낍니다.
저 스스로 제 그림에 질리면 언제든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그릴 테지만, 그림 속엔 패션의 요소(시대의 유행, 패턴이나 전체적인 실루엣 등)는 꼭 넣고 싶어요. 그게 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싶습니다.

Q7. 지금까지 국내외 유명 기업과 많은 작업을 해왔습니다. 유명 해외 브랜드 클라이언트의 특징이나, 혹은 국내 브랜드 클라이언트의 특징이 있나요? 패션/뷰티 일러스트 작가들이 이 분야의 클라이언트와 작업을 할 때 알아두면 좋을 팁이나 오랜 시간 몸담아오신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많은 클라이언트와 일하면서 느낀 건 지금도 한국 시장은 많이 보수적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참 많지만 보일 기회가 많이 없다는 게 아쉬워요.  
패션 뷰티 분야 일을 하면서 많은 클라이언트가 해주시는 말씀은 그림의 밸런스가 좋다고 하십니다. 그림에서 어느 부분이 힘들었구나 하는 게 보이면 어색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클라이언트도 잘 아시는 것 같아요.
패션 뷰티 분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어떤지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트렌드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각 매체의 잡지나 해외 사이트의 컬렉션 등은 빼놓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Butterfly 2018

Q8. 그동안 해외 유명 패션 및 쥬얼리 브랜드와 라이브드로잉 이벤트를 여러 차례 진행해 오셨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의 최신 상품을 작가님 작업으로 표현한다는 점에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현장감 있는 작업인 만큼 긴장도 될 것 같구요. 유명 브랜드와 작업에 대한 소감과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지,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그동안 여러 브랜드와 라이브드로잉 이벤트를 진행하게 된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인 만큼 남다른 퀄리티를 원하시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가장 핫한 제품과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는 점과 남녀노소 수많은 고객들을 피사체로 드로잉을 한다는 점에서 패션일러스트레이터인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되기도 해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어서 어떤 재료로 할것 인가도 고민을 해야하구요, 체력적인 부담이 있기도 합니다.
하이주얼리 브랜드는 주로 고객들의 얼굴과 주얼리를 매치하여 그려드리고, 패션브랜드는 착장하고 있는 모습의 드로잉을 그려 드리는데요, 제가 가장 염두하는 점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얼굴의 주름과 백발, 속눈썹까지도요. 
빠른 시간안에 그런 부분을 캐치하여 가장 돋보이는 부분을 강조하고 다른 요소는 생략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그림 받아보시고 감동하시는 분들을 보면 보람도 있구요,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볼수 있는 점도 장점인것 같습니다.
그림 그리는일이 대부분 혼자 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 사람들과의 교류도 적고, 외롭기도 한 직업인데 가끔 이런 행사를 하면서 리프레쉬 하는 기분으로 작업합니다.

Q9. 픽토리움에서 온라인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온라인 전시를 열게 된 계기와 전시 작품 소개를 부탁드려요.

제가 전시 기회가 많지 않아서 늘 아쉬웠는데요, 픽토리움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온라인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각 작품들은 대부분 개인작업이고 기법 등 조금씩 스타일이 다른데요,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시도해 본 것들이고, 제 스스로 맘에 든 것들은 몇 가지 시리즈로 더 해본 것들입니다.

Q10. 향후 활동 계획이나 개인적인 바람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색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고 앞서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동안은 선을 쓰는 작품을 했다면 앞으로는 색을 쓰는 작품을 할 것 같습니다. 페인팅 작업으로요.

Q11. 작가 백소영을 나타내는 세 가지 단어를 골라주세요.

#패션일러스트레이터 #dreamer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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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소영 작가님.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과 작가님 작품을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였네요.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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