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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간을 통한 소통을 이야기하는 작가 모준석

그루가 만난 한국의 예술가들

Grooterview, 스물여덟 번째 아티스트 :
모준석 작가

선(line)적 조형과 내부가 비워진 공간을 통해 공존과 우리를 나누는 경계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습니다.

Grooterview와 스물여덟 번째로 함께해 주신 분은 모준석 작가님입니다.

Q1. 안녕하세요. 모준석 작가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파리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형예술가로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 양쪽에서 선적 조형을 만듭니다. 비워진 내부 공간과 다양한 형태의 결합을 통해 우리를 나누는 경계, 나와 타인의 공존에 대해 질문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Art Bank)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7회의 개인전, 50여 회의 단체전에 초청되었으며, 파리에서 열린 제11회 Icart Artistik Rezo Prize에서 Prix de Public을 수상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소풍에 대해, 철판, 철선, 102×100×80cm, 2008
We were on the other side of the earth, VR drawing, glb, 2021

Q2. 예술 조형의 기본인 점, 선, 면을 이용하여 유형한 조형물을 표현하시는 작가님의 작품이 시작된 계기와 대표적인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 선(line)이라는 요소를 통해 만든 작품은 대학교 3학년 때에 강철선으로 제작한 <아름다운 소풍에 대해서, 2008>입니다. 철선으로 카메라를 만들고 철판을 통해 렌즈와 나비를 만들었습니다. 그전에 조각 작품은 F.R.P 캐스팅, 돌, 혹은 나무의 재료를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재료로는 형태를 만드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돌과 같은 재료는 무게가 무거워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선으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빠른 속도로 형태를 만들고, 무게가 가볍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Q3. 작가님은 유년기와 청소년기 시절 한국에서 생활할 당시 정릉동과, 울산에서 지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셔서, 작가님의 개인적인 울산 따개비집 이야기를 하셨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해서 놀라웠는데요. 그 시절의 추억들이 작가님의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작품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형태적 측면입니다. 저는 울산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고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당시 판자집도 많았고, 언덕 위에 세워진 집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집들은 두 집이 대문을 같이 쓰는 등 서로 붙어있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억 속 집의 형태들이 현재 작품 형태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내용적 측면인데요. 어린 시절 자주 이사를 다녔고 한 방 안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끔 정전이 되면 촛불 하나를 두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억들은 저에게 집이 사람을 분리하거나 가르는 공간이 아니고 경계선 없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제 작품 내부에 경계가 없는 것은 이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Q4. 작가님의 실제 조형 작품은 스테인레이스 스틸과 흙의 주물 작업 등, 재료적으로 다양하게 다루시는데요, 프랑스에서 작업을 할 때, 재료를 공수해 오는데 어려움이 없으신지요.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프랑스는 제가 주로 사용하는 동(Copper) 선과 동 파이프의 가격이 한국에 비해 4배 이상 비싸고, 용접을 위해 사용하는 아르곤(Ar) 가스 또한 3배 이상 비쌉니다. 처음에 재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비용적인 부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작품에 동선뿐 아니라 스테인드글라스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스테인드글라스를 생산하고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 재료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Singular and plural (moving 3D), VR drawing, glb, 2021
The way to meet you, VR drawing, glb, 2021

Q5. 작가님은 증강현실인 AR 작업과, 가상현실인 VR 작업을 같이 하시는데요. 두 가지의 작품을 진행하면서 어떤 작업이 더 흥미로운지 궁금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두 가지 VR과 AR은 다르기도 하지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 흥미를 느끼는 지점이 달라서 어떤 것이 더 흥미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VR의 경우는 제가 온전히 작품을 만들고 관람객이 작품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VR 드로잉을 할 때에는 제가 가상공간 안으로 들어가 제한 없는 공간에서 작품을 제작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중력이 없고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과 색상과 형태를 자유롭게 바꿔가며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은 피지컬 작품과 큰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관람객이 VR 공간에서 제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VR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작 측면이 아닌 감상 측면에서의 VR에 대한 부분은 아직 발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AR의 경우, VR 공간에서 작업한 작품을 플랫폼 혹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현실로 가져옵니다. 이 작업은 저만 작품을 만지거나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공유한 링크 혹은 QR코드를 통해 모든 사람이 핸드폰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에 참여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AR을 통해 작품을 불러오는 각 장소는 작품의 배경을 넘어 작품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더 나아가 작품의 한 요소가 됩니다. 같은 작품일지라도 배경이 달라짐에 따라서 작품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이와 같이 VR과 AR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선으로 이루어진 저의 작업에서 이 두 가지 작업 방식은 함께 존재하며,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작품을 바라보고 체험하며 관람할 수 있게 됩니다.

Q6. 작가님은 NFT 작품도 선보이시는데요. 비비드한 컬러가 눈에 띄더라고요. 혹시 컬러 선택에 있어서 어떠한 부분을 중점으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피지컬 작업은 동선의 물성을 그대로 사용하고, 색상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나타냅니다. 하지만 NFT로 발행하는 디지털 작품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달지 않고 선 자체에 색이 입혀져 있습니다. 피지컬 작업에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상을 정할 때에도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 이유는 형태에 알맞은 색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작업 또한 VR(Virtual Reality) 공간 속에서 수많은 색상 연구와 변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형태에 가장 알맞은 색을 정합니다. 작품의 색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과 피지컬 작업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실제 작품을 NFT로 변환해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품으로 만들어진 적이 없는 완전히 다른 형태와 색상을 고안하여 새롭게 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걷는 길, 동파이프, 스테인드글라스, 34×165×94cm, 2013

Q7. 작가님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유독 마음에 들거나, 아끼는 작품이 있나요? 있으면, 작품 이미지와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대와 함께 걷는 길, 2013> 이 많이 생각이 납니다. 이 작품은 동선에서 동 파이프로 재료를 바꾸면서 만들게 된 작품입니다. 동선이라는 재료에서 파이프로 재료를 넓혀간 덕분에 작품의 크기 또한 커질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프랑스로 떠나기 전 함께 작업실을 쓰던 작가님께 작품을 맡겼었습니다. 종종 이 작품이 작품을 맡아주는 작가님께 짐이 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프랑스에 와서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소장 공모에 지원하였고, 이 작품이 선정이 되어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유학 생활로 인해 여러모로 경제적인 부담이 있었던 시기였는데 작업과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Q8. 작가님의 작품 속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과의 소통에 대한 관점을 작업물로 승화시킨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사람과의 소통은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의 화두는 소통입니다. 처음에는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질문은 비워진 내부와 경계선이 없는 형태와 같이 비움을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세월호부터 탄핵까지 2016년부터 17년까지 에펠탑이 보이는 인권광장에서 촛불을 들며, 때로 소통은 비우는 것으로만 가능하지 않으며 잘못된 것들을 부서뜨리고 바로잡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나의 공간을 비워서 너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었다면 요즘 생각하는 소통은 이미 비워져 있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공간(空間)이라는 단어는 비워진 사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공간이라는 단어 안에 비워짐과 너와 나의 사이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공간에서 창조적인 방식으로 대화하고 공존하며 함께 존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은 요즘 저희가 자주 접하는 목소리 기반 클럽하우스, 혹은 메타버스 등이 될 수 있겠지요.

호흡(breathing), 동선,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자, 2012
그날 밤, 동선,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자, 2012

Q9. 작가님은 조형물 작품 중, 빛을 통해 투영되는 그림자의 이미지도 너무 흥미로운데요. 실질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당시 처음부터 이 부분을 고려해서 작품을 제작하는지 궁금합니다.

선으로 된 작품은 양감으로 꽉 차있는 조각과 다르게 배경이 함께 작품에 보이고, 조명을 통해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림자를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제작합니다. 그리고 전시장 혹은 작업실에서 작품이 조명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또 다른 작품에 저 또한 놀라기도 합니다.

다른 한 방법으로 <호흡, 2012>, <그날 밤, 2012> 와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그림자를 미리 생각하고 조명을 위치한 후에 한 선씩 용접을 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이와 같은 작품의 경우에는 위에 다른 작업들처럼 전시장 환경에 따라 그림자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조명과 위치를 통해서 매번 같은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Q10. 작가님은 작품을 통해 다른 아티스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퍼포먼스형 작품도 진행하셨는데요. 그 작품을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2021년 7월, NFT 플랫폼 중 하나인 파운데이션(Foundation)에서 AR (Augmented Reality) 기능이 가능하도록 업데이트를 하였습니다. 저는 이 플랫폼 위에 작품을 민팅 하였고, 트위터를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작품을 띄우고, 영상을 녹화하여 댓글로 달아 달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이 이벤트의 제목 “Wherever I am, it becomes an art space”과 같이 우리가 있는 모든 곳이 저의 VR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이 된다는 것을 실험하였습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작품을 보는 방향과 시점이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이벤트에 참여하신 분들에게는 저의 NFT 발행 작품을 선물로 보내드렸는데 많이 좋아하셔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Q11. 작가님은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데요, 최근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좋은 소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작가님의 작업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2021년 9월부터 파리1 Panthéon Sorbonne 예술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기보다는 학생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을 함께 동행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풀어내는 작업 방식을 보며 저 또한 새로움 시선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예술가라는 존재는 유연한 사고와 새로운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존재인데, 저는 학생들이 작가로 성장하는 길목에서 함께 고민하고, 들어주며, 저 또한 같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예술가로써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12. 작가 모준석을 대표하는 세 가지 해시태그를 알려주세요.

#선, #공간, #경계

Q13. 마지막으로 그루그루의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우선 이렇게 좋은 기회로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요. 좋은 작업으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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