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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녕의 고양이 그림 이야기 19화. 모두가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기도하며.

성모님과 고양이, 연꽃, 나비가 있다.
각각의 요소에 나의 기원을 담아 보았다.
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의정부 성모병원에 기증하기 위해서다.
의정부 성모병원은 우리 가족과 연이 깊다면 깊은 병원이다.
장 꼬임으로 새파랗게 질렸던 나를 숨 쉬게 해준 곳이고,
대장암 직전이었던 아부지를 수술해 준 곳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엄마의 암 진단과 항암치료를 해준 곳이다.
운도 있었겠지만 엄마를 신속하게 치료해 준 곳.
그 어느 때보다 서글픈 상황에 따뜻하고 친절하게 환자인 엄마와 보호자인 나를 대해준 곳.
다른 종합병원도 있었지만 이곳에 발길이 닿았다.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고 부랴부랴 시작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과 퇴원, 그리고 통원을 하며 수시로 병원을 오가야 했다.
항암치료는 엄마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힘든 치료였다.
항암 때는 잘 먹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누구보다 잘 먹어야 할 상황에 항암치료는 그 어느 때보다 먹지 못하는 고통을 수반한다.
잘 먹지 못하니 초반에는 변비로 고생하여 변비약을 따로 처방받아먹어야 화장실을 갈 수가 있다.
몸의 상태는 급변하여 변비약을 먹을 때는 언제고 물 한 모금만 마셔도 죽죽 설사를 한다.
울렁거림이 있어 못 먹고, 그래도 잘 먹어야 항암치료할 수 있다 해서 기운 내고 마음을 내어 억지로 우여곡절 끝에 음식을 삼켜도 먹는 족족 설사를 하니 영양으로 가지 않고 기력은 자꾸만 쇠한다.
결국 빈혈과 영양부족으로 입원을 해야 한다.
거기에 코로나라는 상황에 병원에 입원을 해도 특별한 상황 빼고는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어 환자는 오롯이 혼자 그 시간을 견뎌야 한다.
보호자 역시 들여다볼 수 없는 상황에 환자를 보내놓고 마음 졸이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환자는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돼야 하는데 보호자 없이 아픈 몸으로 오롯이 혼자가 되어 있는 환자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 입원조차 쉽지 않다.
코로나 pcr 검사를 거쳐야 해서 꼬박 하루를 대기해야 한다.
내내 입원할 수도 없지만 통원도 보통 일이 아니다.
숨이 차서 평소보다 두 배는 천천히 걸어야 하니 넉넉잡고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왕복으로 다니기에 엄마의 체력은 한참 부족했다.
버스를 타면 엄마의 앉을 자리가 없을까 봐 전전긍긍했고, 항암을 위해 쇄골 밑 가슴 부분에 심은 포트는 외부 충격을 받으면 안 되는데 사람이 많아 붐비면 엄마 가슴이 부딪칠까 봐 전전긍긍해야 했다.
마치 보디가드가 된 듯 붐비는 차 안에서는 내 팔이나 몸으로 엄마의 포트가 심어진 상체를 가리거나 힘주고 막아서야 했다.
그렇게 다녀야 했던 병원 생활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병원의 특성상 곳곳에 성모상이 있어 다니는 걸음이 든든하였다.
엄마는 불교에 가깝고 나는 불교적 성향을 띤 무교에 가깝지만 엄마와 나는 평소에 다니는 곳에서 만나는 돌이나 나무에도 기도를 하는 사람이라 성모님에게는 더더욱 열심히 기도하였다.
고마운 이들, 그리고 엄마처럼 아픈 사람들, 엄마와 아부지를 위해 기도했다.
비록 어렵고 힘든 치료였지만 성모님께 기도하며 다닐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종종 내내 다녀야 할 곳.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은데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역시 그림뿐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 하는 일로 그 감사함을 전하고자 마음을 먹고 작업을 시작했고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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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항암치료는 끝났지만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엄마가 암 투병 한 이후로 암 환우들과 보호자분들이 모이는 카페도 가입하고 sns 등을 통해 다른 암 환우 이야기들을 듣는다.
5년 완치 판정을 받고 잘 지내는 이도 있고, 다 나았다 생각했는데 재발과 전이로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그런 상황에 엄마도 앞으로 재발할까 전이될까 전전긍긍 노이로제가 안 든다면 거짓말이다.
분명 노이로제를 갖고 불안하겠지만 내내 그런 불안감을 갖고 현재를 망칠 수는 없다.
어떤 상황이든 닥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마음의 준비는 하되, 최대한 불안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종종 엄마를 골려먹곤 한다.
겔겔겔, 케케케 웃으며 실없는 사람처럼 농담 따먹기도 하고 있다.
개그맨을 자처하며 엄마를 위해 성대모사도 하고 웃기는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나 하나 조금 망가지면 엄마가 웃는데 뭐 어떠랴.
그냥 최대한 심각하지 말자, 최대한 담담하자 하며 엄마와 또 이렇게 하루를 무사히 보냈구나, 현재에만 집중하고 있다.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그렇게 말이다.
상황에 따라 이 마음이 변할 수 있지만 한동안은 이렇게 지낼 작정이다.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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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에서도 때묻지 않고 깨끗한 모습으로 꽃을 피워내기 때문에 예로부터 꽃 중의 군자라고 여겨졌다는 연꽃.
보는 것만으로도 성스러운 꽃이라 부르는 연꽃이라 하여 성모님과 어울린다 생각이 들어 연꽃을 넣었다.
민화 속에서 고양이는 장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그 원인을 쥐라 생각해 쥐의 천적인 고양이를 그려 두면 콜레라가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 그렸다고 한다.
나비 역시 장수와 희망을 의미한다.
나비와 고양이가 같이 있으면 고양이는 70세, 나비는 80세를 의미하는데 100세 시대인 요즘에 비하면 조금 적은 듯한 나이지만 그 옛날에 70~80은 지금의 100살보다 더 한 의미였을게다.
나비와 고양이가 같이 있는 그림은 건강히 장수하길 바라는 의미다.
살면서 요즘처럼 기도를 오래 그리고 많이 했던 적이 있을까 싶다.
삶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며 기도를 하게 된 이 마음.
아마도 내가 정신이 있는 한은 앞으로 더 많은 기도를 하며 살 것이다.
타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기도와 그림이다.

모델 : 동네 고양이 '당순이'
모델 : 동네 고양이 '순심이'
고양이작가 아녕

고양이작가 아녕

동네 고양이를 그리는 작가 아녕입니다.

Credit 아녕 
Web Editor PIC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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